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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파인다이닝, 뮤지컬” vs “라면에 OTT·쇼츠”…임금 격차가 낳은 여가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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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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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불평등은 결국 ‘눈에 보이는’ 소득불평등”
영화 1.5만원, 뮤지컬 17만원…여가 비용 급등
재정적 부담↑… 선택지서 소외되는 저소득층
경제적 격차, ‘정서적 고립’·‘상대적 박탈감’으로

대기업 직장인 김모(35)씨의 금요일 퇴근길은 분주하다. 토요일 아침 일찍 교외 골프 라운딩이 예약돼 있고, 저녁에는 여자친구와 인당 15만원짜리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대형 뮤지컬을 관람할 예정이다. 김씨가 주말 간 쓸 금액은 약 50만원. 그는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면 이 정도 투자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 gemini 생성
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 gemini 생성

반면 인천 남동공단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홍모(38)씨의 주말 풍경은 적막하다. 원룸에서 혼자 사는 홍씨는 금요일 퇴근 뒤 귀가해 친구들과 술 약속이 없을 경우 일요일 저녁까지 침대 밖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쇼츠를 생각 없이 넘겨보거나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계정을 공유해 밀린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게 낙이다. 거의 대부분의 주말 홍씨가 지출하는 돈은 배달 음식 두번, 라면 2봉지가 끝이다. 홍씨는 “돈이 없으니 주말마다 친구를 만나는 거는 부담된다”며 “유튜브는 공짜니까, 정치부터 옛날 무도(무한도전) 영상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장기화까지 맞물리면서 격차의 그늘은 일터를 넘어 주말의 풍경까지 바꾸어 놓았다. 대기업 노동자가 두둑한 성과급을 바탕으로 고비용 여가를 즐기는 사이, 중소기업·영세 노동자들은 지출이 거의 없는 ‘방구석 디지털 여가’로 내몰리는 ‘여가 양극화’ 현상이 한층 심화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월 소득 500만원 이상 여가활동 18.2개, 300만원 미만은 13.1개

 

국가통계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소득 계층 간 여가활동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연간 여가활동 참여 개수가 평균 18.2개인 반면, 300만원 미만 가구는 13.1개에 그쳤다. 대기업의 성과급 랠리가 고소득층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끌어올려 다채로운 취미 생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동안, 저소득층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임금 격차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급등한 여가 비용이다. 영화 관람료 1만5000원 시대, 뮤지컬 VIP석 17만원, 프로야구 주말 관람 비용(외식비 포함)이 1인당 5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주말 외출 자체가 서민들에게는 큰 재정적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득별 월평균 여가 비용을 보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는 약 23만3000원을 지출한 반면, 300만원 미만 가구는 그 절반 수준인 12만1000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비용 부담은 서민들의 대표적 문화생활인 '영화관람'조차 앗아갔다. 세부 통계에 따르면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무려 75%가 지난 1년간 영화를 단 한 번도 관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물가와 티켓 가격이 이들에게는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된 셈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여가불평등은 눈에 보이는 소득불평등…체제 불만 증폭시켜”

 

여가 양극화가 가져오는 진짜 문제는 경제적 격차가 ‘정서적 고립’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주말마다 소셜미디어(SNS)에 쏟아지는 대기업 사원들의 화려한 여가 사진은 이들에게 비수가 되어 꽂힌다.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다’는 비교 심리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대인관계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도 저소득 가구일수록 주말 동안 ‘가족이나 친구 등 타인과 교류했다’는 응답보다 ‘혼자 시간을 보냈다’는 응답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즉 기업 규모와 성과급 유무에 따른 현격한 임금 격차가 여가의 양극화를 낳고, 여가의 양극화가 ‘사회적 우울’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유대를 깨뜨리는 심각한 사회적 질병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 교수는 “여가 불평등은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체제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특히 소외된 계층이 정치 유튜브 등 편향된 정보에 빠져들기 쉬워 가짜뉴스나 선동에 취약해질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극우화도 양극화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여가불평등은 결국 ‘눈에 보이는’ 소득불평등이다. 자산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 궁극적 해결책이며, 이외에도 정부가 소외 계층이 질 좋은 여가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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