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이모(38)씨는 올해 초 코스닥 투자를 시작했다. ‘꿈의 지수’라 불리던 ‘5천피’(코스피 5000) 목표를 조기 달성한 정부가 코스닥 시장도 빠르게 부양할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는 코스피가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선 코스닥에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승부수는 현재까진 아쉬운 ‘악수’가 됐다.
이씨는 “물론 ‘3천스닥’(코스닥 3000)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1000 중반대까진 오를 줄 알았다”면서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더 사뒀어야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씨와 같은 코스닥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올해 1월 나란히 ‘5천피’와 ‘천스닥’(코스닥 1000)을 돌파했지만, 코스피가 승승장구하며 ‘9천피’(코스피 9000)를 달성할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국민성장펀드와 정부의 코스닥 체질 개선 방안 등에 따라 하반기부터 코스닥에도 볕이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이날 전장보다 34.34포인트(3.43%) 내린 966.59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천스닥’ 아래로 내려왔다. 코스닥은 올해 1월26일 4년 만에 지수 1000 돌파에 성공했다. 4월 말에는 1200을 넘기기도 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코스피가 ‘9천피’ 축포를 쏜 전날에도 코스닥은 오히려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조시켰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 같은 코스닥 부진에 대해 “단순히 낙폭과대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우선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이 연초 이후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100조원에 달하지만, 코스닥에선 오히려 4조원을 순매도했다.
이재원 연구원은 “빼앗긴 수급 복귀를 위해선 현재의 대형주 랠리가 끝나야 한다”며 “호수출과 호실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코스닥의 순환매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이익 격차가 상당한 점도 코스닥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전날 기준 코스피의 올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727조원에 달한 반면 코스닥은 10조원으로 이익 추정치 격차가 73배까지 벌어졌다. 실적을 중시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코스피를 놔두고 코스닥에 투자할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
한국은행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PER(주가수익비율) 및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이 연구원은 “수급, 이익, 금리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코스피가 우위를 점하는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개선될 거란 시장의 기대감도 작지 않다. 정부 정책의 훈풍이 점차 코스닥에 불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큰 기대요소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2030년 12월까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될 예정이며, 코스닥 기업들이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오는 3분기부터 국민성장펀드의 코스닥 직접 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개편 방안이 구체화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승강제(세그먼트 분리) 도입이 대표적이다. 승강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스탠다드 등 단계로 나누는 방안이다. 우량기업에 투자자금이 더 유입되도록 하고, 기업들의 가치 제고를 독려해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거래소는 지난 16일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위한 ‘코스닥 세그먼트 자문단’을 구성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세부안은 다음 달 초 코스닥 30주년 행사를 전후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다음 달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시행한다.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닥 시장은 상반기와 달리 실적과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중심으로 한 이익 개선 기대가 코스닥 지수의 하방을 지지하는 가운데 7월 이후 세그먼트 분리 정책의 구체화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코스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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