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리스 드라마 ‘참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침해당한 교권을 되살리기 위해 교권국을 만들겠다는 일부 교육청의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부 학부모의 민원을 교사 개인이 오롯이 감당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가상의 기관 ‘교권보호국’을 신설해 특전사 출신 감독관이 폭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교를 바로 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기관 신설 제안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첫 시작은 민주연구원이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교육부에 ‘교육활동보호국’을 신설해 교육활동 침해 사건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이어받아 의견을 가장 적극적으로 낸 곳은 경기도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경기형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교사들 중에서 특수부대 출신들, 해병대, 공수부대 출신들이 많다”며 “(이들) 20~30명 정도를 위기에 처한 학교, 문제 학생이 있는 학교, 선생들이 통제가 안 되는 사안에 적극적으로 투입해서 계도하고 훈계를 통해서 학교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의숙 제주교육감 당선인도 취임 후 조직 개편을 통해 ‘교육활동보호 담당관’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가장 많은 학생이 있는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교권보호국 신설을 ‘파시즘’적 정책으로 규정하고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드라마 속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권 보호를 하더라도 교육적인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교육청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교육부는 교권국 신설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교육부 측은 “교육보호국 신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교권 보호와 관련해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 예정인 법들이 현장에 안착돼 교원들이 변화를 체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원단체 “교사 한계 상황 방증…물리적 개편으로 근본적 해결 어려워”
교원단체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교권이 무너진 현실을 방증한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입장문을 통해 “(교권국 논의가 이뤄지는 현재 상황은) 현재 대한민국 교단이 처한 교권 침해 상황에 대해 국가적 특단의 대책을 촉구할 만큼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입증하는 대목”이라면서도 “새로운 행정 부서 하나를 신설하는 물리적 구조의 개편만으로는 시·도 교육청 간의 보호 격차나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드라마 속 ‘교권국’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설정에 가깝다”며 “단순히 교권국이라는 하나의 조직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학교 현장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강한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사의 교육적 권한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이를 교육 당국이 책임 있게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는 선생님은 교권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A씨는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강약약강(강한자에게는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하다)’인 경우가 많다”며 “드라마처럼 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군인 출신 교권보호관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교권국을 신설한다면서 학교에 담당자를 지정해서 일을 늘리지 말고 기관에서 알아서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동복지법 개정해 ‘정서적 학대’ 조항 명확히 해야
교권국을 넘어선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이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가장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학교현장의 교권침해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과 대응·지원 역할이 중요하다”며 “반복·보복적 악성 민원에 대한 종결권 및 고발·수사 의뢰 요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 역시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정서·행동 위기 학생 증가 등 학교 현장이 직면한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교사의 교육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악성 민원 대응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강 회장은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정서적 학대’ 조항을 명확히 해야한다”며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교육감 의견서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무혐의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 역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전문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정서·행동 위기 학생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등 교육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교사 A씨는 “교사 개인의 사투를 국가가 책임질 필요 있다”며 “교사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지 말고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한다. 민원을 제기할 때도 정식 절차를 거쳐 서류를 작성해 직접 제출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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