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와 관련 강력범죄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가 의료용 석고(깁스)로 착각해 잘못 배출한 것으로, 환자의 괴사가 상당히 진행돼 보호자 요청에 따라 병실에서 절단이 이뤄졌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헌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1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서 2층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절단된 다리는 인천 중구 A 요양병원 60대 자원봉사자 B씨가 전용 용기 안에 담겨 있던 다리를 깁스용 석고로 오인해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쯤 A 병원 간호과장이 다리 발견 보도를 접한 후 병원 폐쇄회로(CC)TV 확인, 병원 관계자 진술을 듣고 절단 다리가 해당 병원에서 배출된 것을 인지했다. 이를 A 병원 관리소장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 후 전날 치료 중인 89세 여성 환자 C씨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발견된 다리와 C씨의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강력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수사본부를 수사전담반(강력팀 2개팀)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A 병원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는 의료폐기물 처리·관리 실태와 불법 수술 등 의료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A 병원이 다리를 자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C씨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C씨는 고령으로, 심장이 약해 몸 전체에 혈액이 고르게 공급되지 않은 상태다. 다리 쪽에 괴사가 진행돼 있었는데, A 병원 입원 전 대형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가 의미가 없다며 퇴원 조치됐다. C씨 가족들은 고령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자 수소문 끝에 A 병원을 찾아 지난 1일 C씨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일주일 뒤인 지난 8일 C씨의 다리가 마취도 필요 없을 정도로 괴사되면서 A 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절단은 B씨 병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C씨의 건강 상태는 다리 절단과 상관 없이 좋은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 측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고,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절단 수술이 진행된 점 등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해당 요양병원에는 별도의 수술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폐기물관리법은 신체 조직을 포함한 의료폐기물을 전용 용기에 담아 다른 폐기물과 엄격히 분리해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지난 10일 연수구 남부권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절단된 사람 다리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6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실종자 DNA 대조 확인과 주변 CCTV 분석 등에 나섰다. 발견된 다리는 뒤꿈치부터 무릎 아래까지 41㎝, 발 크기는 약 210㎜였다.
경찰은 피해자가 어린 학생이나 여성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천 지역 전체 학교에 수사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신원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다리 발견 닷새 후인 15일 “키 161~165㎝, 성인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은 신원 확인 방향을 경인지역 미귀가자, 실종자로 전환했다. 다리를 절단한 요양병원은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17일 경찰에 자진 신고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
이헌 형사과장은 “대형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모시고 나왔고, 환자의 상태가 심해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 보니 보호자가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과 다리 수술 등을 간절히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강력팀 2개 규모의 전담수사반을 통해 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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