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시설 속 미사일은 살아남았다
공군력만으론 정치 목표 못 이룬다
2026년 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해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개시했다는 신호였다.
개전 직후 37년간 이란을 통치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 내 주요 인프라 상당수가 파괴됐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전쟁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도 패자도 찾아볼 수 없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이 중동의 한 나라를 66일간 폭격했지만, 이란 정치·군사 체제를 무너뜨리진 못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과 첨단 무기를 소모한 대가로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결과다.
◆이란 체제 살아남은 이유
개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작전 목표는 △이란 핵보유 영구 차단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 파괴 △이란 해군 무력화 등이었다. 정치적으론 체제 교체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직후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숨지게 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교통 카메라 네트워크에 장기간 침투해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들의 일상적 동선을 추적하고 하메네이 관저의 보안 수준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하메네이와 이란 수뇌부 다수를 제거했다.
페르시아만에 있던 이란 해군 함정은 다수가 파괴됐고, 공군과 미사일 전력도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내 1만3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 체제는 살아남았다. 미국은 전술적 승리를 거뒀으나, 전쟁 승리의 핵심인 정치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군력은 이란을 압도했다.
공군력은 군사적 결과를 가장 신속하게 달성하는 수단이자, 현대전의 핵심이다. 적군의 활동을 마비·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군력만으론 체제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정보 공작, 대안 정치세력 구축, 외교·경제적 압박, 정권 교체 후 정치 일정 등이 포함된 대전략이 있어야 공군력이 정치 체제 붕괴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이란 내 표적을 부수는 전술적 차원에 집중했고, 다른 요소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 결과 하메네이 사후 이란은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하고, 혁명수비대가 정국을 주도했다.
사전에 준비한 분권적 체계와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내부 보안 체계가 작동하면서 체제 균열이나 대규모 이탈은 없었다.
미국 입장에선 공군력이 군사적 효과가 뛰어난 옵션이지만, 정치적 목표 달성 수단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결과였다.
◆이란 미사일 전력, 정말 파괴됐나
전쟁 기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미사일 역량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일 “이란의 군대는 격퇴됐고 사라졌다”며 “그들이 가진 미사일은 매우 적고, 그들의 제조역량도 매우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전쟁이 끝나기 직전까지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미 정보기관 기밀 평가를 인용해 이란군이 대부분의 미사일 기지와 발사대, 지하 군사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도 이란 케르만샤 주의 한 주민이 “폭격 후 몇 시간 만에 이란이 같은 장소에서 미사일을 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렇게 강력한 공격에도 시설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 TEL은 사막에 노출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특수전부대나 공군력 등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반면 이란처럼 지하시설·벙커·터널 등에 은신한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제거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작전 중 하나다.
지하 수십m 깊은 곳에 있는 지하시설을 파괴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이동·은폐·기만 작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하시설을 활용하는 TEL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란이 TEL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작전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밖에 없다.
미군은 이란 지하시설을 공습할 때 정밀유도폭탄으로 출입구를 봉쇄하는 방식을 썼다.
이로 인해 이란이 전쟁 초기 미사일 수십발을 매일 발사했지만, 이후부터는 발사 빈도가 하루 10∼15발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란 미사일 기지가 미군의 공습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곳에서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미군의 전투 피해평가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다. 폭탄이 지하시설 입구에 명중했지만, 시설이 파괴됐는지 또는 일시적으로 출입만 막혔는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가 감소했지만, 그것이 전력 손실에 의한 것인지, 이란 혁명수비대가 전력을 재배치하거나 비축한 것인지도 알기가 어렵다.
이란의 회복력이 매우 높았을 가능성도 있다. 공습 직후 이란은 매몰된 지하시설 입구의 잔해를 신속히 치우고, 파손된 장비를 빠르게 수리했다.
이같은 능력에 힘입어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다.
미군의 항공작전이 효과적이었던 부분도 있다. MQ-9 리퍼 무인공격기의 활용이다.
단 한 번의 출격으로 이란 TEL을 원천적으로 파괴하기가 어렵다면, 오랜 시간 특정 기지 상공을 지속적으로 비행하며 TEL이 움직일때마다 곧바로 공격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항공작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투기로 TEL 탐색을 위해 목표 지역 상공을 오랫동안 배회하면, 방공망 위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은 대안이 MQ-9 리퍼 무인공격기다.
케네스 윌스바흐 미 공군참모총장은 지난달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MQ-9을 “가장 가치 있는 플레이어”라며 “이란에 대한 타격 횟수 면에서 MQ-9에 근접하는 플랫폼은 없다”고 평가했다.
MQ-9은 미군의 대표적인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공격기다. 뛰어난 정밀 타격 능력과 감시 역량을 갖춰 독자적인 킬 체인 작전이 가능하다.
루카스(LUCAS) 등의 자폭드론은 표적을 자체적으로 탐지하지 못하는데, MQ-9은 탐지·추적·식별·타격이 가능하다.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이나 유도폭탄을 탑재한 채 27시간 이상 비행한다. MQ-9이 하루 이상 비행하면서 이란 TEL 움직임을 감시하다가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이란 전쟁 과정에서 20여대가 격추됐지만, 무인기라 인명피해가 없고, 대당 가격이 3000만달러(410억원)에 불과해 가성비가 매우 높아서 작전에 계속 투입됐다.
◆북한, 이란 전쟁서 뭘 얻었을까
이란 전쟁 양상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대신 군사력 강화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과 충돌을 거듭해왔고, 이란이 전쟁에서 혁명수비대를 통해 체제를 지켜냈으므로, 북한도 외교보다는 군사력으로 체제를 지키는 방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말 북한을 방문했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은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 또는 한국과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그들은 자립성, 군사 억제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탄도미사일 기지 지하화와 더불어 공습으로 손상된 기지와 장비를 신속하게 복구하는 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휴전선 일대와 내륙 지역에 수많은 지하시설을 갖고 있다.
이란처럼 지하시설을 중심으로 TEL과 자폭드론 등을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옮기거나 기만작전을 펼친다면, 한·미 연합군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이는 유사시 핵물질 이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군으로선 지속적인 항공작전으로 북한 지하시설에 은신한 TEL을 묶어두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한계를 드러낸 지하시설 파괴를 한국군이 쉽게 달성하기는 어렵다.
북한 전략 시설 공습 시 정확한 피해 평가 기법을 사전에 개발하고, 북한 방공망 위협 속에서도 장기간 체공하며 TEL을 제압하는 전술과 무기체계 등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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