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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주년 직전 숨진 경찰…“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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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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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협, 숨진 경찰 ‘갑질 의혹’ 진상규명 촉구
유서 속 상급자 대기발령…경찰, 감찰 착수

최근 수도권 지역 한 현직 경찰관이 부서 상급자에 대한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숨져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갑질·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조사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경찰 뒷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경찰 뒷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단위 경찰 노조 격인 경찰직협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또 한 명의 젊은 경찰관이 유서를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난 비극 앞에 깊은 애도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직협은 “결혼 1주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했던 고인의 절규는 우리 경찰 구성원 모두에게 큰 충격과 아픔을 안겨줬다”며 “최근 소방 조직의 안타까운 사건에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복 공무원들이 조직 내부의 고통과 압박 속에서 무너지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5년간 현직 경찰관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현장의 과중한 업무와 경직된 조직문화, 권위적인 관행이 구성원들을 한계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충남 예산경찰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 과중으로 한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관련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여전히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예산서 사건에서는 상급자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순직 인정까지 1년2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며 “업무상 스트레스와 극단적 선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어렵다면, 현장의 구성원들은 억울함을 안은 채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직협은 “피해자가 보호받고 가해자가 책임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유사한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갑질·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와 철저한 진상 규명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외부 전문가 참여 특별조사기구 구성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신고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 30대 남성 A씨가 지난 17일 자택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유서에는 한 달 전쯤 새로운 과장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은 최근 아내에게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잠도 깊이 자지 못한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료 직원 등을 상대로 실제 직장 내 갑질이 있었는지 등 A씨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고인의 유서에 언급된 B 경정은 이날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과정에서 고인의 동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예정돼 있어 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들과 감찰 대상자 간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숨진 여성 소방공무원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숨진 소방관이 약혼자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뉴시스·뉴스1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숨진 여성 소방공무원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숨진 소방관이 약혼자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뉴시스·뉴스1

 

한편 지난해 10월 숨진 광주소방본부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 C씨도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1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씨가 장기간 반복된 음주 강요와 회식 중심 조직 문화, 사적 심부름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오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고 했다. B씨의 남자친구는 기자회견에서 “광주소방본부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감찰 요구를 묵살하고, 사망 원인을 남자친구에게 떠넘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 진상 규명을 지시하며 최대 수준의 문책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직도 이런 구태 공직자들이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회식 음주 강요 등 소방관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물론 감찰조사 요청 묵살 경위까지 철저히 조사하라. 조사 주체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소방청이 아닌 국무조정실이 맡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사 결과 음주 강요와 감찰 조사 요구 묵살이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 민사 손해배상 후 구상 청구까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책을 하겠다”며 “다시는 이 나라에서 회식 음주 강요 같은 직장 내 악성 갑질이나 부정부패 은폐 묵살은 꿈도 꿀 수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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