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둔 미군 대상으로 6개월 심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 정상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프랑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미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거칠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는 7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방비를 증액하라’는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종전 합의가 이뤄진 이란과의 전쟁 당시 나토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을 제대로 돕지 않는다며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1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피트 헤스세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그는 “유럽 주둔 미군을 상대로 향후 6개월 동안 정밀 심사를 실시할 것”이란 말로 포문을 열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며 방위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동맹국을 찾아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헤그세스는 “심사를 통과하는 나라도, 그렇지 못하고 실패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라며 “무임승차”(free-riding)라는 표현을 썼다. 앞서 헤그세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토 유럽 동맹국들의 안보는 우선적으로 유럽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여기에 ‘나토 3.0’이란 개념을 부여했다.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나토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압박에 못 이겨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기로 합의했다. 유일하게 스페인만 이를 거부했다가 트럼프한테 찍혀 ‘나토에서 퇴출될 것’이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미국과 나토 본부는 오는 7월 7∼8일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회원국들이 어떤 식으로 GDP 대비 5% 이상의 방위 예산을 충당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세워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는 아직 이 같은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는 “일부 회원국은 GDP 대비 5% 이상 국방비 지출이라는 합의된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보여주지 않았다”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나토 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는 부유한 국가들조차 여전히 무임승차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나토 동맹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경제적 비중이 큰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의해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찍힌 나라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인지는 최근 독일의 사례에 비춰보면 알 수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과의 전쟁 수행에 지원을 제공하라는 트럼프의 요청을 뿌리치고 되레 미·이란 전쟁을 비난하자 미국은 주독미군 가운데 약 5000명의 일방적 감축을 선언했다. 이는 독일 정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며칠 전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만난 메르츠는 전과 180도 달라진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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