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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발상지서 펼쳐진 ‘와인 올림픽’…33회 CMB 예레반 대회 결과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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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반=최현태 기자, 사진= CMB 제공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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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를 가다①>

56개국 320명 심사위원, 7700여종 블라인드 평가

세계 최고(最古) 와이너리 품은 아르메니아서 첫 개최

헝가리 레드·몰도바 화이트 최고상 ‘리벨레이션’ 수상

프랑스 그랑골드 24개 최다…포르투갈 메달 수상률 39.4% 최대

2027년 CMB 레드&화이트 세션 개최지 포르투갈 도우루 선정

 

2026 CMB에서 심사중인 연정훈 심사위원. 최현태 기자
2026 CMB에서 심사중인 연정훈 심사위원. 최현태 기자

와인 잔을 들어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심사위원들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집니다. 전 세계에서 온 내로라하는 와인 전문가들이기에 이미 후각만으로도 의심할 여지없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입에 와인을 한 모금 머금은 심사위원들은 동시에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발표된 심사위원 6명의 합산 점수 평균은 무려 97점! 그러자 심사위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박수 갈채를 보내며 크게 외칩니다. “그랑골드(Grand Gold)!” CMB 최고 등급을 받은 와인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여기는 ‘와인 오스카’로 불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2026 CMB(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가 열린 아르메니아 예레반 심사현장입니다.

2026 CMB 심사 와인 서브.
2026 CMB 심사 와인 서브.
CMB 로고.
CMB 로고.

◆상위 1%만 선택받는 그랑골드

 

심사위원들이 그랑골드가 탄생할 때 환호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랑골드는 아주 드물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자도 이번 대회 3일동안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지만 기자가 속한 심사위원팀에서는 그랑골드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제와인기구(OIV) 규정에 따라 출품 와인의 33%만 메달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그랑골드 메달은 전체 출품 와인의 약 1∼2% 이내로 제한됩니다. 골드는 전체 약 10%, 실버는 전체의 약 19% 정도입니다.

CMB 규모(2025년 기준)
CMB 규모(2025년 기준)

◆33년 맞은 CMB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처럼 와인에도 올림픽이 있습니다. 바로 매년 전 세계 도시를 돌면서 열리는 CMB 입니다. 이 대회는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프랑스 비날리 국제전(Vinalies Internationals),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Competition, IWSC), 베를린와인트로피(Berlin Wine Thropy)와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와인경진대회입니다. 이중 CMB, 디캔터 와인 어워드, 문두스 비니를 세계 3대 와인경진대회로 꼽습니다.

CMB를 창설한 루이 아보(가운데), 보두앙 아보 회장(오른쪽), 껑땅 아보 CEO.
CMB를 창설한 루이 아보(가운데), 보두앙 아보 회장(오른쪽), 껑땅 아보 CEO.

올해 33주년을 맞은 CMB는 1994년에 국제와인전문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루이 아보(Louis Havaux)가 벨기에에서 창설했으며 매년 전세계 도시를 돌면서 열립니다. 현재 2대 보두앙 아보(Baudouin Havaux)가 CMB 회장을 맡고 있고 3대 껑땅 아보(Quentin Havaux)가 CEO로 활동중입니다. 모두 4개 세션으로 나눠 열리며 모두 1만5000종 이상의 와인이 출품되는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50여개국 심사위원 500여명이 출품된 와인을 블라인드 심사로 평가해 그랑골드, 골드, 실버 메달을 부여합니다.

CMB 그랑골드, 골드, 실버 메달.
CMB 그랑골드, 골드, 실버 메달.

올해는 CMB는 로제 세션(3월27~29·이탈리아 치로), 레드·화이트 세션(5월21~23·아르메니아 예레반), 스파클링 와인 세션(5월21~23·아르메니아 예레반)이 개최됐고 스위트·주정강화 와인 세션(10월9~11일·프랑스 루씨옹 튀이르)이 예정돼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전세계에서 400명을 조금 넘는 ‘와인의 신’ 마스터오브와인(MW), 마스터 소믈리에, 양조학자, 와인메이커, 바이어, 수입사 대표, 와이너리 오너, 와인전문기자 등 최고의 와인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도 5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블라인드 심사. 최현태 기자
블라인드 심사. 최현태 기자
CMB 익스피리언스 인증.
CMB 익스피리언스 인증. 

3일간의 블라인드 심사에서 전 세계 56개국에서 참가한 심사위원 320명이 51개국에서 출품된 레드·화이트 와인 6700종과 스파클링 와인 약 1000종을 평가했습니다. ‘노/로우(No/Low·논알코올/저알코올)’ 부문도 별도로 진행됐는데, 올해는 100종 이상이 출품돼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CMB MERIT’라는 새로운 품질 인증도 도입됐습니다. 메달 획득 기준(상위 33%)에는 들지 못했지만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와인을 조명하는 제도입니다. 2026 레드·화이트 세션에서는 총 2047개 메달 외에도 86점 이상을 받았지만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2559개 와인에 ‘CMB MERIT’ 레이블이 부여됐습니다. 이와함께 CMB 메달 수상 와인을 최소 5종 이상 제공하는 와인바·레스토랑·업장에 부여하는 ‘CMB 익스피리언스 인증(CMB Experience Certified)’ 제도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와인 소개 디지털 시트.
와인 소개 디지털 시트.

심사위원들은 심사과정에서 와인 마다 와인의 향, 맛, 바디감, 밸런스, 구조감 등을 구체적으로 노트하며 CMB는 이를 바탕으로 와인을 설명하는 아로마 휠을 만듭니다. 또 와인 이름, 품종, 주요 아로마 및 맛의 특징 정보가 담긴 디지털 와인 테이스팅 시트도 만들어 유통업체 등에 공급합니다.

 

껑땅 아보 CMB CEO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테이스팅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각 분석 시트, 향미 휠, 테이스팅 노트 같은 실질적인 마케팅 도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유통업체, 리테일, 와인숍, HoReCa(호텔·레스토랑·카페) 업계와 공유해 소비자가 와인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자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2027 CMB 개최지 발표.
2027 CMB 개최지 발표.
아레니-1 동굴 와이너리 유적.
아레니-1 동굴 와이너리 유적.

◆와인 역사의 시작, 예레반을 선택한 이유

 

예레반이 제33회 CMB 레드&화이트 와인 세션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아르메니아는 인류 와인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2007년 아레니-1 동굴에서 약 6100년 전(기원전 약 4100년)의 세계 최고(最古) 와이너리 시설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면서, 아르메니아가 인류 초기 포도 재배와 양조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단순한 와인 생산지가 아니라 와인의 시간축이 시작되는 지점 가운데 하나인 셈입니다.

 

보두앙 아보 CMB 회장은 “아르메니아에서 CMB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와인 역사의 발상지 중 하나인 동시에, 유산과 혁신을 결합한 새로운 세대의 생산자들이 이끄는 미래의 땅이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자루히 무라디안(Zaruhi Muradyan) 아르메니아 포도·와인 재단(Vine and Wine Foundation of Armenia) 총괄이사는 “CMB 개최는 아르메니아에게 영광인 동시에 전략적인 기회입니다. 수천 년 유산과 테루아, 토착 품종을 세계에 소개하고 국제 와인 무대에서 국가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2027년 CMB 메인 대회인 레드&화이트 와인 세션 개최지는 포르투갈의 도우루로 선정됐습니다. 

화이트(왼쪽)와 레드 와인 리벨레이션 선정 와인.
화이트(왼쪽)와 레드 와인 리벨레이션 선정 와인.

◆레드 와인 심사 결과

 

CMB는 매년 그랑골드 와인중 최고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1종씩 선정해 ‘인터내셔널 리벨레이션(International Revelations)’ 상을 주고 국가별 리벨레이션도 선정합니다. 올해 레드 와인 최고의 영예는 헝가리 빌라니(Villány) 지역의 분덜리흐 보라사티(Wunderlich Borászati)가 만든 코 이 누르 메를로(Koh-I-Noor Merlot) 2018이 선정됐습니다. 헝가리 레드 와인의 역사적 중심지인 빌라니가 세계 고급 레드 와인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입니다.

 

프랑스가 1183종을 출품, 총 402개 메달(그랑골드 24·골드 173·실버 205)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내에서는 보르도가 167개 메달과 국가 전체 그랑골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샤토 피포(Château Pipeau), 샤토 드 카를(Château De Carles), 샤토 푸조(Château Poujeaux)가 대표 수상 와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랑그독-루씨옹이 그 뒤를 이어 108개 메달과 그랑골드 4개를 기록했습니다.

연정훈 심사위원.
연정훈 심사위원. 

이탈리아는 1098종 출품에 324개 메달(그랑골드 13·골드 118·실버 193)을 획득했고, 베네토·시칠리아·피에몬테·토스카나·프리울리·풀리아 등 전국 주요 산지가 고르게 수상했습니다. 스페인은 총 275개 메달(그랑골드 12)을 거뒀으며 카스티야 이 레온(65개)과 라 리오하(46개)가 중심이 됐습니다.

 

독일은 26종 출품 중 15개를 받아 수상률 57.7%로 주요 참가국 중 최고를 기록했으며, 라인헤센의 바인구트 베커 란트그라프(Weingut Becker Landgraf)와 모젤-자르-루버(Mosel-Saar-Ruwer)의 PLOB GmbH가 리슬링으로 그랑골드를 받았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41개 메달로 수상률 48.2%, 스위스는 60개 메달로 42%를 기록했습니다. 신흥 생산국 가운데서는 멕시코가 108개, 중국이 86개, 루마니아가 65개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습니다. 개최국 아르메니아는 122종을 출품, 31개 메달(그랑골드 2개)을 획득했습니다.

블라인드 심사 와인.
블라인드 심사 와인. 

◆화이트 와인 심사 결과

 

2026 인터내셔널 화이트 와인 리벨레이션은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몰도바 코드루(Codru) 지역 생산자 비나리아 이알로베니(Vinăria Ialoveni)의 빈 펠리쿨라르 이알로베니 아르모니오스 레제르바 화이트(Vin Pelicular Ialoveni Armonios Reserva White) 1994가 선정됐습니다. 무려 31년을 숙성한 화이트 와인으로,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증명하며 몰도바가 유럽의 신흥 와인 강국임을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또 화이트 와인에서 빛난 나라는 포르투갈입니다. 789종을 출품, 311개 메달(그랑골드 23개)을 기록하며 수상률 39.4%로 주요 생산국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퀸타 다 라파(Quinta Da Lapa) 와인들은 그랑골드 4개를 받아 가장 많은 그랑골드를 가져갔습니다.

 

몰도바는 126종 중 66개(52.4%)가 수상했으며 100종 이상 출품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상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스위스 보(Vaud) 지역 라 비뇨론(La Vigneronne)의 뉴 에모셔널 와인 0% 블랑(New Emotional Wine 0% Blanc)은 2026 노-로우(No-Low) 와인 리벨레이션을 수상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무알코올·저알코올 와인 부문을 대표하는 성과인데, 특히 라 비뇨론은 출품한 노 로우 와인 5종 전부가 수상하며 뛰어난 품질을 입증했습니다.

홍미연 심사위원.
홍미연 심사위원.

◆한국의 심사위원들

 

▶홍미연/16년째 CMB 심사위원

 

CMB 심사위원 팀장(President ofJury),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이자 서울 청담동의 CMB Wine & Spirits Experience Korea CTO. 무려 16년째 CMB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8년 전부터 팀장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Corriere Vinicolo, Wine World Magazine 한국 특파원이자 FIJEV(국제 와인 저널리스트 연맹) 정회원, 피사의 Sant'Anna 대학원 강사로도 활동 중이며, 비날리 인터내셔날(Vinalies Internationales), 문두스비니(Mundusvini), 인터내셔날 벌크 와인 경진대회(International Bulk Wine Competition) 등 세계 주요 품평회의 심사위원/팀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연정훈 심사위원.
연정훈 심사위원.

▶연정훈/연예계가 인정한 진짜 와인 전문가

 

배우로 널리 알려진 연정훈은 와인계에서도 이름이 높습니다. 단순한 와인 애호가가 아닌, 와인을 깊이 공부하고 국제 무대에서 심사위원으로 인정받은 전문가입니다. 이미 10년이상 와인을 깊게 파온 그 실력은 이미 검증됐습니다.

한희수 심사위원.
한희수 심사위원.

▶한희수 소믈리이에/아시아 최초 여성 소믈리에 챔피언·롯데 치프 바이어

 

2022년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 소펙사(SOPEXA)가 주최하는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했습니다. 현재 롯데백화점 치프 바이어로 활동하며 국내 와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선택이 곧 한국 와인의 트렌드가 됩니다.

박종하 심사위원.
박종하 심사위원.

▶박종하/CMB 한국 소믈리에·Wine21 기고가

 

CMB 한국 소믈리에이자 국내 대표 와인 전문 미디어 Wine21 기고가로 활동 중인 그는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인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Court of Master Sommeliers·CMS) certified 소믈리에입니다.이론과 현장을 동시에 겸비한, 한국 와인계의 차세대 목소리입니다.

최현태 심사위원.
최현태 심사위원.

▶최현태/한국에서 와인 기사를 가장 많이, 가장 깊이 쓰는 기자

 

세계일보 기자 최현태는 한국 언론계에서 와인 기사의 양과 깊이 모두에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와인을 단순한 취미가 아닌 문화·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현장을 직접 누비는 발품이 그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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