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제각각 결정…‘형평성 논란’으로 번진 월드컵 시청
교사 재량에 맡겨진 월드컵 시청…혼선과 민원 사이 교육 현장
월드컵 킥오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교실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수업은 평소처럼 진행되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칠판이 아닌 각자의 휴대폰 속 일정표에 머물러 있었다. “옆 나라는 학교 쉰다는데 우리는 왜 수업하냐”는 불만이 지속됐고, 일부 교실에서는 실제 경기 시청 여부를 두고 교사와 학생 간 짧은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전국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교육당국이 월드컵 경기 시청과 관련한 일괄 지침을 두지 않고 교사 재량에 맡기면서 학교별 대응은 제각각으로 갈렸다. 일부 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단체 시청이 이뤄졌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체감 격차가 발생했다. 같은 날 같은 국가대표 경기임에도 교실마다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지난 1차전 당시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9개 학급 중 8개 학급이 경기를 시청했지만, 나머지 1개 학급 학생들은 복도 창문에 몰려 경기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일부 학생들은 “왜 우리 반만 못 보냐”며 불만을 드러냈고, 경기 종료 후에도 형평성 문제를 놓고 학생과 학부모 간 의견이 오갔다. 단순한 이벤트 시청 여부가 ‘학교 내 형평성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현장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가대표 경기 시청이 공동체 의식과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정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상황이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기말고사 일정과 맞물리면서 학사 운영 차질과 민원 부담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시험 일정과 교육과정 운영을 함께 고려하면 결국 교사 재량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결정 자체가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학교 간 판단 기준의 차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청 여부를 둘러싼 내부 이견이 표면화되기도 했으며, 교육 현장에서는 ‘자율 결정’이 오히려 혼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 자유가 아니라 불균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창의적 체험활동 등 자율 시간을 활용해 교육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학교 차원의 강제나 금지를 규정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하며, 사실상 판단은 각 학교에 맡겨진 상태다.
바다 건너 멕시코에서는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할리스코주 정부는 한국-멕시코전이 열리는 날을 맞아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학생과 교사가 월드컵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경기 자체가 지역 사회 이벤트로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FIFA 월드컵 2026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역대 A매치에서 4승 3무 8패로 열세에 놓여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하는 등 상대 전적에서는 뚜렷한 약세를 보여왔다. 다만 최근 평가전에서는 대등한 경기력을 유지하며 이전과는 다른 경쟁력을 입증했고, 이번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한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둘 경우 32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짓게 된다. 남은 3차전 상대가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란히 1승씩을 기록 중인 멕시코와의 맞대결은 조 1위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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