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에 올라선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이미 ‘1만피’ 달성 여부에 쏠리고 있다. 상반기 최대 악재로 꼽히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사실상 종결 수순에 접어들며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재차 부각되는 모습이다. 다만 대형 반도체주로의 수급 쏠림이 심화하면서 변동성 확대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4300선으로 시작해 올해 들어서만 천 단위 앞자리가 다섯번 바뀌었다. 1월22일 5000선에 올라선 이후 6000(2월25일)까지는 34일, 7000(5월6일)은 70일 걸렸으나, 8000(5월15일)까지는 불과 9일이 소요됐다. 18일 9000선 돌파는 34일, 22거래일 만이다.
◆반도체 랠리·매크로 개선에 1만피 기대
코스피 고공 행진의 일등 공신은 단연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기대감을 업은 반도체주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8일까지 182.10% 올랐고, SK하이닉스는 296.60% 상승했다. 주가 급등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달 1일 단일 종목으로는 처음으로 시총 2000조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는 1913조원으로 20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매크로 환경 개선 역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100일 넘게 증시를 짓누르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리스크가 양국의 종전 양해각서 서명으로 축소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다.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메시지가 나왔지만 코스피의 상승 추세를 꺾지 못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 공급이 핵심 역할을 했다. 개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73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21조원을 투매한 외국인의 물량을 기관과 함께 소화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1만선 이상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올해 코스피 상단을 1만2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 데 이어 DB증권(1만1700)과 유안타증권(1만1600), 메리츠증권(1만1500) 등 국내 증권사 8곳이 올해 지수 상단을 1만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각각 1만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단기 과열 해소 및 매물 소화 국면은 감안해야겠지만, 실적에 근거한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주 쏠림에 레버리지 과열 경보
대형 반도체주 쏠림과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합산 기준 지난 3월 처음으로 40%를 넘어선 데 이어 18일까지 54.40%까지 치솟았다.
소수 대형주의 방향성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가 이어지자 변동성도 커졌다.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1회, 사이드카가 6회 발동됐다. 연초부터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6회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발동 횟수와 같은 수준이다.
최근 변동성 장세 중심에는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인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5000억원에서 12거래일 만에 9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은 최대 35.9%,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최대 38.0%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분산투자 효과 없이 개별기업의 주가 변동에 노출돼 최대 60%까지 손실이 가능하다”며 해당 상품들에 대해 18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반도체 블랙홀에 소외된 종목…코스닥 1000선 턱걸이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다수 개별 종목은 하락하는 등 종목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코스피 종목 948개 중 상승한 종목은 111개로 단 11.7%에 그쳤다. 반면 하락한 종목은 811개(85.5%)에 달했고 나머지는 보합에 머물렀다. 이달 들어서는 18일까지 전체 946개 종목 중 267개(28.2%)가 상승하며 지난달보다는 온기가 다소 확산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락 종목이 648개(68.5%)로 시장 전반의 체감 온도는 차가운 상황이다.
구천피를 달성한 코스피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18일도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수급이 대거 빨려 들어간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며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바이오주가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03포인트(3.01%) 내린 1000.93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996.93까지 밀리며 1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코스피를 쓸어 담던 외국인이 코스닥에서는 12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은 264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이 3924억원을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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