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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국가’ 동독은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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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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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지랜드/ 애나 펀더/ 서제인 옮김/ 생각의힘/ 2만7000원

 

“장벽이 무너진 뒤, 독일의 매체들은 동독을 ‘역사상 가장 완성된 감시국가’라고 불렀다. 마지막에 슈타지는 9만7000명의 요원을 두고 있었는데, 이는 인구 1700만명의 나라를 감당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였다. 하지만 그 외에도 17만3000명 이상의 정보원이 국민 사이에 존재했다.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는 시민 2000명마다 한 명꼴로 게슈타포 요원이 있었고,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는 국민 5830명마다 한 명꼴로 KGB 요원이 있었다. 하지만 독일민주공화국에서는 국민 63명마다 한 명꼴로 슈타지 장교 또는 정보원이 존재했다. 어떤 추정치에 따르면, 시간제 정보원까지 포함할 경우 시민 6.5명마다 한 명의 정보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30년간 슈타지의 수장이었던) 에리히 밀케는 반대 의견이 보이는 곳마다 적을 찾아냈고, 적을 더 많이 찾아낼수록 더 많은 요원과 정보원을 고용해 그들을 진압하게 했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과연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기억되지 않는 상처는 어떻게 현재를 지배하는가. 호주 정부에서 국제법 및 인권법 변호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저자는 신간에서 집요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완성된 감시국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의 실체를 파헤친다.

애나 펀더/ 서제인 옮김/ 생각의힘/ 2만7000원
애나 펀더/ 서제인 옮김/ 생각의힘/ 2만7000원

책은 침실에서의 대화, 편지의 내용, 친구와의 가벼운 농담까지 국가의 통제 아래 두었던 시대의 숨 막히는 감시사회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고발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모두가 모두를 의심했고, 그렇게 자라난 불신이 사회적 존재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책에는 거대한 감옥과 같은 사회에서 체제의 부속품이었던 가해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다양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교차한다. 열여섯 나이에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혀 두려움 끝에 탈출을 시도했으나 수감되어 지독한 고문을 당했던 마리암, 동독을 떠나든지 아니면 슈타지에게 장단을 맞추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결국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고 있는 클라우스 등등. 독자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어떤 소설보다 더 가슴 아픈 잔혹한 현실의 드라마를 마주하게 된다.

“공산주의, 적어도 동독식 공산주의는 닫힌 믿음의 체계였다. 그것은 진공 속에 존재하던 우주,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들과 천구들을 갖춘, 그 형벌과 구원이 바로 여기 지상에서 집행되던 우주였다. 처벌의 상당수는 단지 믿음의 부족, 혹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의심만으로도 이루어졌다. 배신행위는 가장 미세한 징후들로 측정되었다. 서방 텔레비전을 수신하도록 맞춰진 안테나, 노동절에 내걸리지 않은 붉은 깃발, 누군가가 그저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호네커에 대해 늘어놓는 저속한 농담 같은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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