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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거부? 바보야 문제는 보상이야”…직장 내 번지는 '리더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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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인턴기자 I.me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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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35곳 중 31곳 “승진 기피 현상 존재”
민간·해외까지 번진 ‘리더 포비아’
전문가 “보상보다 큰 책임…리더 매력 떨어져”

“우수한 인재가 승진을 기피하면 젊은 직원들은 롤모델을 잃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조직 안에서 성장하려는 동력도 약해진다.”

 

올해 감사원이 실시한 공공기관 심층면담에서 나온 내부 목소리다. 승진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핵심 인재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팀원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제작한 이미지.
팀원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제작한 이미지.

 

◆ “롤모델 사라진다”…조직 경쟁력 흔드는 승진 기피

 

최근 조직 내에서는 리더 역할을 기피하는 이른바 ‘리더 포비아(Leader-phobia)’와 승진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의도적 언보싱(Intentional Unbossing)’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과 보상 대비 과도한 책임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승진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졌다고 분석한다.

 

감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 운용 관리체계 심층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35개 공공기관 가운데 31개 기관은 임원 승진 기피 현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기준으로 44.1%가 기관 내 승진 기피 현상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조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수 인력이 승진을 기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한 후순위자가 관리자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직 내 리더십 약화와 성과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진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보상과 책임의 불균형이 꼽힌다. 감사원 조사에서 2015~2022년 재직한 상임이사 가운데 28.9%는 승진 이후 연봉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성과급 역시 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구조여서 개인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임원 간 성과급 차등 폭도 크지 않아 성과 개선 유인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 안정성 문제도 승진 기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15~2024년 재직한 상임이사의 연임 비율은 16.2%에 그쳤으며, 내부 승진자의 66.5%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기가 짧고 연임 가능성도 낮아 장기적인 조직 혁신보다 단기 성과 중심 경영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팀원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제작한 이미지.
팀원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제작한 이미지.

 

◆ 공공기관 넘어 민간·해외까지 번진 ‘리더 포비아’

 

이처럼 리더가 되기를 회피하는 현상은 공공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전국 19~36세 공·사기업 재직자 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7.6%는 ‘리더 역할을 맡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채용 기업 로버트 월터스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2%는 관리직 승진보다 개인의 성장과 역량 축적에 초점을 맞춘 경력 경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관리직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로버트 월터스의 디렉터 루시 비셋은 “Z세대는 타인을 관리하는 역할보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몰입하고 개인 브랜드와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인재 육성과 리더십 승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보상은 적고 부담은 크고”…리더 자리의 매력 잃었다

 

전문가들은 승진 기피 현상이 대체로 조직 내 보상 체계와 리더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리더가 되기를 꺼리는 현상은 워라밸을 추구하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동시에 저연차 직원을 관리해야 하고 스트레스 부담도 큰 리더 역할이 더 이상 매력적인 자리로 여겨지지 않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부 반도체 기업의 경우 높은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굳이 추가적인 부담을 감수하며 리더가 될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며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승진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업무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승진했을 때 충분한 대우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리더에 대한 개인적인 실망감으로 승진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업무 못지않게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승진 기피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존경받는 위치에 있다면 청년들도 승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리더가 되기를 회피하는 현상은 현재 조직의 리더상이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거나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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