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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져서 더 그리웠다…단종 메뉴 다시 꺼내는 식음료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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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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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메뉴판에서 사라졌던 이름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매장 앞에서 “이거 아직도 없어요?”라고 묻던 손님들, SNS에 남겨진 짧은 아쉬움, 예전 맛을 기억하는 댓글들이 결국 브랜드를 움직였다.

 

할리스 제공
할리스 제공

최근 식음료업계는 과거 인기를 얻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단종됐던 메뉴를 잇따라 다시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추억의 맛’을 꺼내 드는 수준은 아니다. 이미 반응이 검증된 메뉴로 기존 고객을 다시 붙잡고, 새 고객에게는 브랜드의 대표 경험을 다시 보여주는 전략에 가깝다.

 

시장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실적 기준 외식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2억5526만원으로 2021년보다 41.4% 늘었다. 특히 카페와 음료 매장이 포함된 비알코올 음료점업은 같은 기간 매출액이 1억30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47.3% 증가했다. 커진 시장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고, 브랜드들은 신메뉴만큼이나 ‘다시 찾고 싶은 메뉴’에 힘을 싣고 있다.

 

할리스는 ‘우리가 사랑한 그 맛, 다시 블렌드 되다’를 콘셉트로 할리치노 3종을 다시 선보였다. 이번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다크 포레스트 할리치노’다.

 

2010년 출시 이후 ‘딸기 치즈케익 할리치노’와 함께 할리스의 대표 블렌디드 음료로 사랑받았던 메뉴다. 단종 이후에도 재출시 요청이 이어졌고, 이번 여름 시즌 메뉴로 다시 돌아왔다.

 

다크 포레스트 할리치노는 아마레나 체리와 초콜릿을 블렌딩한 음료다. 체리의 산뜻한 맛과 초콜릿의 진한 단맛이 겹쳐 케이크를 음료로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전 메뉴를 기억하는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맛이고,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디저트형 음료의 선택지가 된다.

 

함께 재출시된 ‘블루베리 요거트 할리치노’는 요거트와 블루베리를 블렌딩해 상큼한 맛을 살렸다. ‘애플망고 할리치노’는 밀크 블렌디드에 망고 과육 큐브를 더해 씹는 재미를 넣었다. 단종 메뉴의 귀환이면서도, 여름철 음료 수요에 맞춘 구성이기도 하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3월 단종됐던 시그니처 음료 ‘로얄 밀크티 쉐이크’를 다시 내놨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줄여서 ‘로밀쉐’로 불리던 메뉴다.

 

이 메뉴는 연간 70만잔 가까이 판매되던 스테디셀러였다. 은은한 홍차 향을 살린 밀크티 쉐이크에 아이스크림을 더한 제품으로, 밀크티 특유의 부드러운 맛과 차가운 쉐이크의 질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번 재출시에서 투썸은 기존 레시피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점이 오히려 핵심이다. 소비자들이 기다린 것은 새로운 변형이 아니라, 예전에 마시던 그 맛이었기 때문이다.

 

단종 메뉴의 재출시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맛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면 실망감이 더 커질 수 있다. 투썸이 기존 레시피를 유지한 것은 ‘기억 속 맛’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폴 바셋은 과거 인기를 얻었던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라벤더 시즌’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Lavender Purple’이다.

 

핵심 메뉴는 라벤더 아이스크림이다. 출시 당시 플로럴한 향과 보라색 비주얼로 관심을 끌었던 제품으로, 단종 이후에도 재출시 문의가 이어졌던 메뉴다.

 

이번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 하나만 다시 꺼내지 않았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라벤더 아이스크림 블루베리 라떼’를 비롯해 ‘우베 카페라떼’, ‘베리베리 에이드’, ‘아사이베리 요거트 프라페’ 등 보라색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함께 구성했다.

 

폴 바셋의 재출시는 ‘추억의 맛’과 ‘비주얼 소비’를 함께 겨냥한 사례다. 예전 메뉴를 기억하는 고객에게는 반가움을 주고, 사진으로 먼저 메뉴를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색감으로 눈길을 끈다.

 

달콤커피는 봄 시즌 인기 메뉴 4종을 재출시했다. 메뉴는 ‘복숭아 큐브 라떼’, ‘라즈베리 큐브 에이드’, ‘한라봉 말차 스무디’, ‘한라봉 블랙티’다.

 

이번 시즌 타이틀은 ‘봄, 달콤하게 물들다’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봄 시즌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메뉴를 다시 묶었다. 고객 요청이 이어졌던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한 만큼, 신제품을 새로 설명하기보다 익숙한 계절감을 다시 꺼낸 쪽에 가깝다.

 

‘복숭아 큐브 라떼’는 달콤한 복숭아 라떼에 복숭아 큐브를 더해 부드러운 맛과 씹는 식감을 함께 살렸다. ‘라즈베리 큐브 에이드’는 탄산감과 과일의 산뜻함을 앞세운 메뉴다. ‘한라봉 말차 스무디’와 ‘한라봉 블랙티’는 한라봉의 상큼함을 말차, 블랙티와 각각 조합했다.

 

계절 메뉴는 지나가면 사라진다. 그래서 더 쉽게 기억에 남는다. 달콤커피의 이번 재출시는 봄마다 특정 메뉴를 찾던 소비자에게 다시 선택지를 열어준 셈이다.

 

배스킨라빈스는 포켓몬스터 협업 제품과 함께 ‘피카 피카 피카츄’와 ‘너로 정했다! 이브이’를 다시 선보였다. 두 메뉴 모두 과거 출시 당시 캐릭터 팬과 아이스크림 소비자 사이에서 반응을 얻었던 플레이버다.

 

‘피카 피카 피카츄’는 바나나 아이스크림에 커스터드 크림, 초콜릿 후레이크, 레드 팝핑 캔디를 더한 제품이다. 피카츄를 떠올리게 하는 노란색과 톡톡 터지는 식감이 특징이다.

 

‘너로 정했다! 이브이’는 카라멜, 초콜릿,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조합하고 초콜릿 크런치 볼을 더했다. 캐릭터의 귀여운 이미지를 달콤하고 바삭한 맛으로 풀어낸 메뉴다.

 

배스킨라빈스의 사례는 단종 메뉴 재출시가 단순한 맛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캐릭터, 굿즈, 한정판 경험이 함께 붙으면 메뉴는 하나의 놀이가 된다. 다시 나온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예전 기억과 새 소비 경험을 동시에 건드리는 것이다.

 

식음료업계에서 신메뉴는 계속 나온다. 문제는 오래 기억되는 메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새로움에 끌리지만, 반복해서 찾는 것은 결국 자기 입맛에 남아 있던 메뉴다.

 

단종 메뉴 재출시는 이 틈을 파고든다. 브랜드는 이미 검증된 메뉴를 다시 꺼내 실패 위험을 줄이고, 소비자는 사라졌던 선택지를 되찾는다. SNS에 쌓인 재출시 요청은 브랜드 입장에선 일종의 수요 조사 역할도 한다.

 

물론 모든 단종 메뉴가 다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 맛을 그대로 살리지 못하면 실망도 그만큼 커진다. 가격, 용량, 원재료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도 많다. 그래서 재출시 메뉴일수록 “돌아왔다”는 말보다 실제 맛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단순히 신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한 번 좋아했던 메뉴를 다시 찾고, 브랜드가 그 요청에 응답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충성도가 더 강하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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