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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스벅 때리기’에 절제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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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 여야 공방전 된 ‘탱크데이 마케팅’
정부의 민간기업 불매운동은 또 다른 논란 야기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탱크 텀블러 세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홍보물에 그날을 ‘탱크데이’로 지칭하고 ‘책상에 탁’이란 문구를 적어넣은 것이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먼저 대통령은 이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것으로 단정하여 공개 비판하고 20일 국무회의에서도 재차 비난했다.

이에 행정안전부 장관도 행정안전부 주최 행사 등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고, 법무부도 대검찰청에 스타벅스 상품 구입 내역을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도 스타벅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추진해 오던 격오지 부대 음료 지원 장병복지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하는 등 스타벅스 상품 불매운동은 정부 주도 아래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국민연금기금운용전문위원회 상근전문위원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국민연금기금운용전문위원회 상근전문위원

동반성장위원회도 올해 여름 스타벅스와의 상생음료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조총연맹도 스타벅스 상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참여연대는 국민연금기금도 스타벅스 운영회사의 최대주주인 이마트의 지분 8.94%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수탁자 책임 활동에 나서서 기업 내부의 역사 인식 부재와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이 문제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음은 물론, 시민단체는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스타벅스 운영회사가 속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 등을 고발했다. 반면에 대통령·장관 및 여당대표도 공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불매운동을 조장한 직권남용, 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되었다. 경찰은 이 중 정용진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만 고발장 접수 바로 다음 날 고발인 조사를 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하고 있다.

반세기 전인 1980년 5월 18일은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로 광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민주화운동이 탄압받고 인권이 유린당한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 날이다.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은 1987년 제5공화국 말기에 경찰 대공분실에 연행된 서울대 박종철 학생회장이 고문받다 사망했는데,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황당한 변명을 했던 사건이다.

이벤트 상품 홍보물에 계엄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라거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책상에 탁’ 문구를 적어넣은 것은 가슴 아픈 기억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배려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구는 가치평가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그 사용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특정한 사람이나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모욕 행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모욕 행위인지 여부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 사실을 기재한 문구도 아니므로 명예훼손이나 5·18민주화운동법 위반 등 다른 형사사건이 될 여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이 문제로 첨예하게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정용진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에 나선다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나중에 경찰 수사의 독립성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

또한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하여 행정 목적을 위한 행정지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기업의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정부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행위가 될 수도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상품 불매운동은 소비자나 민간단체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기금이 기업 내부의 역사 인식 등을 문제 삼아 수탁자 책임 활동에 나서는 것은 당치 않다. 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은 기금의 장기 안정적 수익률 증대를 위해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역사 인식은 그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스타벅스코리아는 위 이벤트 행사의 의도성을 부인하고 있고, 사려 깊지 못했던 점을 사과하며 이벤트를 중단하고 회사 대표이사까지 경질했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 前 국민연금기금운용전문위원회 상근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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