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가 늘수록 전력 사용량은 커지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내는 케이블과 배전 시스템의 몸값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2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변압기, 전력케이블, 차단기 등을 포함한 전기산업 수출은 2025년 165억달러로 사상 최대 달성이 예상됐다. 2022년 138억1000만달러, 2023년 150억6000만달러, 2024년 156억달러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전력 인프라가 더 이상 ‘뒤쪽 설비’에 머물지 않고 수출 산업의 앞줄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가온전선도 이 흐름 한가운데에 섰다. 가온전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636억원, 영업이익 2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4%, 영업이익은 27.2%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성장 배경은 뚜렷하다. 미국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전력망 투자가 늘면서 전력 케이블 수요가 빠르게 불었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전력망용 케이블 수출액이 지난해 약 100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미국 시장은 현재 케이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 연말까지 수출용 공급 물량이 이미 꽉 찬 상태”라며 “수출 확대와 신규 공급 본격화에 힘입어 올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직후 나온 계약 소식은 시장의 관심을 더 키웠다. 가온전선은 지난 18일 미국 생산·판매법인 LSCUS가 미국 빅테크 기업 A사와 대용량 전력 시스템인 버스덕트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버스덕트는 금속 케이스 안에 판형 도체를 넣어 대용량 전력을 보내는 배전 시스템이다. 대형 건물이나 공장, 데이터센터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에서 쓰인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 설비가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에 전력 공급 안정성이 곧 운영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번 계약은 단발성 납품이 아닌 5년 장기 프레임 계약이다. 올해 공급 규모는 약 500억원 수준에서 시작한다. 회사 측은 2030년까지 누적 공급 규모가 최대 4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전선·전력기기 업계 기준으로도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4조원’의 성격이다. 당장 확정 매출로 잡히는 금액이라기보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와 발주 물량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최대 누적 공급 전망치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계약의 의미는 숫자 하나보다 구조에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질수록 가온전선이 반복 공급자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서버나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 전체를 다시 깔아야 하는 문제”라며 “납기와 현지 대응력을 갖춘 전력 인프라 업체에는 당분간 기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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