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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란… 무엇인가

입력 : 2025-11-22 06:00:00 수정 : 2025-11-20 19:45:26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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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계몽’ 바탕 근대적 학생관 탄생
의문 제기하는 비판적인 사유 첫 등장
사상가들 관습 저항·지식 창조 등 강조
학습 모델 변천사 다루며 의미 되짚어
“스스로 생각하고 더 자유로운 사람돼야”

더 스튜던트/ 마이클 S. 로스/ 윤종은 옮김/ 소소의책/ 2만3000원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1784년 쓴 에세이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의 첫 문장에서 이 같은 계몽의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근대적 학생 개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정신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 시대는 비판의 시대이며, 무엇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종교는 신성성을 근거로, 입법은 위엄을 근거로 비판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종교와 입법은 당연히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진심 어린 존경을 요구할 수 없다. 이성은 자유롭고 공개적인 검토를 견딜 수 있는 것에만 진심 어린 존경을 허용한다.”

칸트의 계몽 개념을 바탕으로, 학생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보는 근대적 학생관이 탄생했다. 이때까지 학교를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 생각한 학생도 거의 없었고, 배움 역시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 선회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이클 S. 로스/윤종은 옮김/소소의책/2만3000원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교육과 자유의 연관성이 강조되면서, 18세기 후반 이래 서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대학을 비롯해 제도화된 학교 교육이 전면 도입됐다. 제도화된 대학 교육을 통해 비로소 근대적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 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교육과 학생을 둘러싼 논쟁도 불붙었다. 예를 들면, 독일 외교관이자 철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는 대학은 중등교육기관이나 직업학교와는 달리 교육과 연구를 아우르는 기관이 돼야 하고, 대학생들은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지식 창조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순응을 참지 않고 거부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학생이라고 보았고, 단순히 지적인 자유가 아닌 관습에 격렬히 반대하는 삶을 살 자유를 중시하기도 했다.

미국 명문대 총장이자 세계적인 교육 혁신가인 저자는 책에서 기원전 6세기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학습 모델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서 이를 통해 학생과 배움의 본질과 그 의미를 파헤친다.

저자는 먼저 고대의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받으며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자와 소크라테스, 예수의 세 가지 교육 학습 모델을 살핀다. 공자는 배움에 충실하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비판할 줄 아는 군자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할 때라야만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고 말했고, 예수는 종교적 제자로서 학생은 스승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아들여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추종자, 대담자, 종교적 제자라는 세 유형의 학생이 탄생했다.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탄생하기 시작한 중세 유럽에서는 가정교육 외에도 특정 기술을 습득해 독립할 능력을 갖추는 비교적 소규모의 도제교육이 유행했다. 아울러 종교나 행정 당국에서 설립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고, 12세기부터는 일부 도시와 지역에서 초기 대학이 생겨났지만 대체로 종교와 사회를 떠받치는 진리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 중세의 학생들은 경제적 독립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역량을 개발했고, 단순히 기술 습득에 그치지 않고 자립을 이루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고민했다. 대체로 중세의 학생이란 그야말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칸트의 계몽 개념을 바탕으로 18세기 후반 근대적 교육과 학생이 탄생한 데 이어, 20세기 이후에도 대학 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고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이 등장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캠퍼스 저항운동과, 1960년대 학생운동 이후 사회변혁을 요구하거나 단순한 직업교육을 뛰어넘는 교육을 요구하는 등 현대 학생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듀보이스는 다양한 교육환경을 거치면서 학생으로 성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준다. 즉, 듀보이스는 어린 시절 서부 매사추세츠에서 학교를 다닌 뒤 남부의 흑인 대학에서 학부를 나왔으며, 미국과 독일의 유명 대학에서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 교류하고 공부했다. 인종차별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교육을 추구하며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이다.

현대 교육과 학생을 보는 시각은 결코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대의 고등교육이 능력주의와 불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심지어 학생이라는 개념조차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요컨대, 책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여겨왔거나 지나쳐온 학생이라는 존재를 둘러싼 학습과 배움 모델의 역사뿐만 아니라 각 시기 사상가들과 그들의 주장들을 풍성하게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다.

“학생이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다른 사람에게서 배움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생이란 더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존재다.” “학생이란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법을 탐구하면서 가르침을 얻고 그 가르침에 창의적으로 반응하는 상태를 말한다.”

‘배워서, 스스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더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라거나 ‘탐구하면서 가르침을 얻고 이에 창의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인 학생들은, 혼란스러운 요즘 대학에서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저자의 대답이다.

“첫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쉽지가 않으며,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잘한다고 칭찬받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착각한다. … 대학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이 두 번째로 배워야 할 것은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는 법이다.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좋아하는 일에 더 능숙해지는 방법을 찾도록 자극을 받고 자신을 밀어붙여야 한다. …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어떤 학교에 다니든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이 세 번째로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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