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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리’ 임명옥이 있으면 뭐하나, 상대는 임명옥을 피해 서브를 넣는데...‘이소영 부상 이탈’이 불러온 IBK기업은행의 리시브 시한폭탄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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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5 00:04:23 수정 : 2025-11-05 00:04:21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현장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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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정훈 기자] 여자 프로배구 감독이 되어 IBK기업은행을 상대한다고 하면,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리베로 임명옥에게 절대 서브를 넣지 마라”

 

당연한 주문이다. 별명조차 ‘최리’(최고의 리베로)인 임명옥은 말 그대로 현역 최고의 리베로이자 리시브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24~2025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50.27%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0%를 넘겼다. 리시브 효율 2위였던 김연경(흥국생명, 現 은퇴)이 41.22%로 임명옥과 무려 9%나 차이날 정도로 리시브 하나는 임명옥을 따라올 자가 없다.

 

그런 선수를 IBK기업은행은 지난 봄, 거저 줍다시피했다. 팀 샐러리캡 문제가 생긴 도로공사가 임명옥에게 제대로 된 계약조차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IBK기업은행으로 보내야했다.

현역 최고 리베로로 코트 후방을 든든하게 한 IBK기업은행은 2025~2026시즌의 밑그림을 새로 그렸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팀의 약점이었던 세터 포지션에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를 기용했던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엔 1m91의 장신으로 높이와 공격력에 방점이 찍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알리샤 킨켈라(호주)를 데려왔다. 2년차 아포짓 스파이커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와 짝을 이뤄 좌우날개를 높이고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남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수준급 공격력에 리베로 뺨치는 수비력을 보유한 이소영을 세우면 팀의 뼈대가 튼튼해지는 그림이었다. 이제 김하경, 최연진, 박은서가 지키는 세터 포지션에서만 리그 평균 정도만 해준다면 IBK기업은행이 ‘박정아-김희진 시대’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6~2017시즌 이후 9년 만에 챔프전 우승이 가능하겠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다른 팀 사령탑들조차 IBK기업은행을 우승후보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밑그림은 탄탄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그 밑그림에 색칠을 할 수 없는 모양새로 흐르고 있다. 김호철 감독이 그린 밑그림의 가장 기본 전제조건인 공수 연결고리를 해줘야하는 이소영의 어깨 부상 공백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은 이소영 없는 IBK기업은행의 현재 전력이 얼마나 ‘사상누각’인지가 여실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경기 전 김호철 감독은 “이소영의 어깨 부상을 놓고 재활이냐 수술이냐를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활을 한다면 4~5라운드쯤에 돌아와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수술을 결정해 메스를 대는 순간 올 시즌에는 더 이상 코트에 설 수 없다. 재활이든 수술이든 장기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란 얘기다.

 

김호철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를 육서영-킨켈라, 이른바 ‘육켈라’ 조합을 내세웠다. 두 선수 리시브 능력은 부족한 대신 공격에 방점이 찍히는 선수들. 현대건설이 그 약점을 모를 리 없었다. 서브의 대부분은 두 선수에게로 향했다. 이날 IBK기업은행이 받은 총 리시브 개수는 66개. 그중 임명옥이 받은 건 14개에 불과했다. 21.2%에 불과한 수치다.

 

그나마 이것도 오른 수치다. 이날 경기 전까지 임명옥은 리시브 효율 순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순위에 오르기 위해선 팀 전체 리시브에서 15%의 점유율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을 상대하는 팀들이 철저하게 임명옥을 피해 서브를 넣었다는 의미다. 이날 20%가 넘는 리시브 점유율을 가져간 덕에 임명옥은 시즌 리시브 효율 46.88%로 1위로 직행했다.

IBK기업은행 입장에선 모든 서브가 임명옥에게로 향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 상대들은 육서영과 킨켈라, 황민경에게 집요하게 서브를 날렸다. 세 선수의 리시브 효율은 10~20%대를 맴돌았다. 킨켈라 20%(3/10, 서브득점 1개 허용), 육서영 22.22%(8/27, 서브득점 2개 허용), 황민경 10%(3/10, 서브득점 2개 허용).

 

리시브가 이렇게 흔들리니 팀 공격 작업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했다. 이주아-최정민의 미들 블로커 라인에서 나온 이동공격은 딱 2개. 속공도 9개밖에 올리지 못했다. 자연히 공격은 양날개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날은 아웃사이드 히터진들의 공격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결국 빅토리아가 50%에 육박하는 48.15%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팀 공격을 혼자 짊어지다시피 해야했다. 빅토리아는 혼자 25점을 터뜨렸지만, 그 다음 득점자가 5점의 킨켈라. 이기고 싶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날 IBK기업은행은 공수에서 현대건설에게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0-3으로 완패했다.

이소영이 없으니 임명옥-황민경의 2인 리시브를 가동해 킨켈라와 육서영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고, 임명옥의 리시브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수 있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2인 리시브를 위해선 두 선수의 리시브 능력이 엇비슷해야 한다. 도로공사 시절의 임명옥-문정원 라인처럼. 임명옥과 황민경을 2인 리시브를 세웠다간 황민경 혼자 리시브 폭탄을 다 짊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황민경은 아웃사이드 히터 중 수준급 리시브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리베로급은 아니다. 김호철 감독의 묘수가 나와야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경기 뒤 김호철 감독도 “리시브가 이쪽 저쪽에서 다 터지니, 세터들은 우왕좌왕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질 때까지 져봐야죠. 뭐”라며 총평을 남겼다. 이어 “다들 아시겠지만, 서브 리시브가 가장 큰 문제다. (육)서영이가 좀 지켜줘야 하는데, 리시브가 잘 안되니 공격 리듬과 패턴마저 무너지지 상대방에게 끌려다니기만 하며 주도권을 한 번도 잡지 못했다. 하는 선수들도 답답할 것이다.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해봐야겠지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킨켈라가 공격 생산력이라도 보여줬다면 리시브를 감안하고라도 쓸텐데 공격에서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지적하자 김 감독은 “킨켈라에게 원하는 건 공격과 블로킹이다. 그것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잔실수가 너무 많다. 3세트엔 빼고 우리 선수들끼리 조합을 해서 갔다. 당분간은 병행해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킨켈라가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아 오래 뛸 수 없다. 킨켈라도 보호하면서 가려면 서영이가 분발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시브가 안 됐을 때 4번 자리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공격으로라도 돌려줘야 하는 데 그것조차 안 되니 팀 전체가 침체됐다. 결국 우리의 장점인 공격이 살아나야 한다. 고민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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