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인 교민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한 인물을 상대로 한 해명 요구가 쇄도했다. 현지에서 취재를 도와준 한 선교사를 겨냥한 것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인터뷰 내용이 화근이 됐다. 교민들은 이 선교사에게 “왜 캄보디아를 범죄 소굴처럼 묘사하냐”며 따져 물었다. 새벽까지 일일이 답장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 선교사는 결국 언론 취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일(현지시간) 교민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이 전날 다녀가면서 단장을 맡은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이 “감금됐던 우리 청년 3명을 구출했다. 세 사람을 구하기 전까지 마치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이었다”라며 성과를 발표했는데, 캄보디아를 마치 ‘무법지대’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 교민은 “피해자와 범죄자를 구분해 달라는 교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좋은 그림 하나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영웅 프레임’을 짰다”고 일갈했다.
급기야 구출 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한인 청년들 사진이 퍼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한 청년 양팔에 문신이 있었는데, ‘범죄자’를 ‘피해자’로 둔갑시켜 송환하려 한다는 식이다. 캄보디아 이민 당국에 구금돼 있다가 전세기로 송환된 64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을 데리고 오면 국내 범죄율만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현지에서 취재하며 목격한 상황은 복합적이었다. 속아서 오는 사람도, 많은 돈을 벌겠다며 범죄인 줄 알면서도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에 캄보디아 정부가 투명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캄보디아 경찰 중엔 나쁜 사람이 많다. 체포되더라도 돈만 주면 풀려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애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골칫덩어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교민들이 취재를 꺼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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