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작전 영웅담’ 등 자화자찬까지
군사적 조치 검토 촉구도 부적절해

그제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싱 범죄 관련 한국인 피의자 64명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 구금 피해자이면서 한국인 대상 피싱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들이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을 당한 뒤 협박에 못 이겨 범죄에 가담했는지,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는지 등을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시비비를 가려 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이들 송환을 두고 여당은 ‘정부 신속 대응’을 주장하는 데 반해 야당에서는 ‘범죄자 송환 쇼’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태 해결에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정쟁이라니 안타깝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그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청년 3명을 마침내 고국의 품으로 데려온다”며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으로 구출 작전을 펼쳤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나친 발언이다. 오죽했으면 한 교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교민 간담회조차 참석하지 않았던 김 의원이 마치 본인이 작전을 이끈 것처럼 ‘영웅담’을 올렸다”며 “구출된 청년은 용의자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비판했겠나 싶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이 어제 “필요하면 (캄보디아에) 군사적 조치와 ODA(공적개발원조)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부적절하다. 캄보디아가 응할 리도 없겠지만, 군인과 경찰력을 투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로선 캄보디아 정부의 도움 없이 성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 정부와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는 하나, 정작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 설치조차 무산된 마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캄보디아에서 야반도주 범죄조직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기범죄는 성업 중이라는 소식이다. 보코산 범죄단지에서 고문당하던 중 숨진 대학생 박모(22)씨가 안치된 프놈펜 턱틀라사원 화장터에는 한인 사망자가 두 달에 한 명꼴로 온다고 한다. 지금은 납치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을 구출하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현지에서의 감금과 고문 등 실상을 낱낱이 공개해 우리 젊은이들이 더는 범죄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특정 정권 책임을 따져대는 더 이상의 논쟁도 무의미하다. 재외국민 안전 사건의 유형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책임져야 할 조직과 부서의 강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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