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취임 후 벌써 8번째 총리 등장할 판국
“좌파 야당과의 타협 없인 정부 안정 불가능”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치적 위기로 내몰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수습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일단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은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마크롱은 조만간 자신의 임기 중 8번째가 될 총리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새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을 피하려면 의원 과반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마크롱이 원내 1당인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과 손을 잡을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대통령이 오는 10일까지 48시간 이내에 새 총리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취임 27일 만인 지난 6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의회 해산·조기 총선’ 주장은 거부됐다. 엘리제궁은 “우리가 접촉한 의원 다수가 의회 해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안정된 새 정부를 꾸려서 12월 31일까지 2026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어떠한 경우에도 ‘극우 세력과의 연대는 불가하다’라는 점을 못박은 셈이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 대선과 총선을 연달아 실시했다. 대선에선 마크롱이 RN 후보이자 극우 진영 지도자인 마린 르펜(57)을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대선 직후 치러진 총선에선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성향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원내 2당으로 추락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도래한 것이다.
야권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사사건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교착 국면이 지속되자 마크롱은 2024년 여름 의회를 해산했다. 조기 총선 실시로 야소야대 정국을 타개하려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여소야대였다. 좌파 연합 NFP가 원내 1당, 극우 성향 RN이 3당을 각각 차지한 가운데 여당은 2위에 그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3대 정치 세력 가운데 어느 누구도 단독으로 원내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프랑스는 의회 다수파가 부재한 상황에서 소수파가 정부를 운영하는 기형적 행태를 1년 넘게 지속해 왔다.

자연히 소수파 정부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마크롱이 임명한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 2명의 총리가 연거푸 의회 불신임으로 낙마한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루 후임으로 기용된 르코르뉘는 취임과 동시에 야권의 불신임 위협에 직면하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마크롱의 8년 6개월 남짓한 재임 기간 동안 이미 7명의 총리가 출현했다 사라졌고 이제 8번째 총리의 등판을 앞둔 셈이다.
새 총리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중도 여당이 좌파 NFP와 어떤 식으로든 타협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NFP를 구성하는 다수의 분파 가운데 사회당과 녹색당은 마크롱 측에 ‘우리가 총리를 배출하고 정부도 이끌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현행 의석수에 따라 좌파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좌파와 중도가 연합하는 연립정부 구성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마크롱은 NFP에 속한 여러 분파들 중 극좌 세력까지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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