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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中·日 관계 경색과 한국 외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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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7 23:23:08 수정 : 2025-12-07 23: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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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치인들 세대교체 흐름 속
보통국가 전략 본격적으로 추구
對中 ‘투트랙 기조’ 탈피 움직임
韓, 정세 안정 외교 역량 발휘를

지금은 고인이 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1년에 중국에 관한 두꺼운 저서를 낸 바 있다. 냉전시대 미·중 관계 정상화를 주도한 키신저는 그 책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체스 외교를 전개하는 데 반해, 중국은 바둑 외교를 구사한다고 비교한 바 있다. 즉 미국 등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직선적으로 외교수단을 구사하는 데 반해, 중국은 주변 형세를 두텁게 해가면서 자국의 이익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찰은 중국이 ‘도광양회’의 기조 하에 미국 및 일본 등의 선진국가 수준에 도달하려는 정책을 추구했던 시기에는 들어맞았던 비교일 수는 있다. 그런데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세계 2위 수준에 도달하고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펼쳐지면서, 중국은 바둑 외교에 더해 체스 외교, 즉 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적 수단을 과감하게 구사하는 대외정책을 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해서는 ‘신형대국관계’의 기조 하에 바둑 외교를 구사하지만,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태지역 주변국들에 대해서는 ‘전랑(戰狼)외교’와 같은 공세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한편 2010년대 이전까지 중국에 비해 종합 국력의 수준이 높았던 일본은 안보정책 면에서는 미·일 동맹 하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외교나 경제 차원에서는 협력적 기조를 유지하려는 투트랙 외교를 펼쳤다. 냉전기의 대표적인 정치가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중국 정치지도자들과의 신뢰관계를 중시하여 1980년대 총리 재임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했다고 회고록에 밝힌 바 있다. 자민당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도 ‘장성(長城)계획’의 이름 하에 매년 자민당 의원들을 인솔하여 중국을 방문하고, 정치인들 간의 신뢰관계를 도모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게이단렌을 포함한 경제단체들이 중국 카운터파트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한 일본에서 정치인들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보통국가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구되면서, 종합 국력 면에서 앞서가기 시작한 중국에 대해 투트랙 기조에서 벗어나는 대응이 나타나는 것 같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중 타이완 유사는 일본 유사에 직결된다고 하면서 미·일 동맹 강화와 오키나와 등 남서제도 방면에 대한 자위대의 주둔 태세 강화를 추진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임 총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과 비교될 수 있다고 하면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결성 및 미국과의 핵 공유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1월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의회 답변을 통해 “타이완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개념에 따라 자위대의 방위출동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은 이러한 일본 정치권의 대중 정책론을 계승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에 대해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가 이례적으로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고, 중국 외교부는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를 초치하여 어떤 누구라도 중국의 통일 대업을 간섭한다면 반드시 정면에서 쳐부술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중국 여행자들의 일본 방문이 대폭 감소하기 시작하고, 일본 가수들의 중국 공연이 급작스럽게 중단되는 등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이웃나라들인 일본과 중국의 상호관계가 악화되고,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한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그 여파 속에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무산되는 것은 한국 외교로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으로는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타이완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가 한반도 안보에도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비평화적 방식에 의한 현상변경이 추구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및 방중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역내 협력의 모멘텀이 유지되어야 함을 역설할 필요도 있다. 중·일 관계가 경색되어 가는 국면에서 역내 협력을 촉진하고 주변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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