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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세계 최초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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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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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엿보기’는 두 얼굴을 지닌다. 하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호기심, 다른 하나는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는 일종의 권력 행위다. 문제는 그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있다. 중세 이전에는 신화와 종교가 적정선을 정했고, 근대에는 법과 윤리가 개입했다. 오늘날에는 기술과 제도가 새로운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엿보기의 역사는 인간이 타인의 사생활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20세기 후반, 텔레비전과 타블로이드 언론은 연예인과 정치인의 사생활을 ‘볼거리’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몰래 찍힌 사진, 폭로 기사, 파파라치 문화는 엿보기를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엿보기는 더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청률과 클릭 수를 창출하는 경제행위로 변모했다. 이 시기 사생활 보호에 대한 법적 논의도 본격화됐다. ‘볼 권리’와 ‘보호받을 권리’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엿보기는 스마트폰 화면, 폐쇄회로(CC)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토킹 등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타인의 휴대전화 화면을 슬쩍 들여다보는 ‘숄더 서핑’(shoulder surfing)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흔한 사생활 침해로 등장했다. 동시에 온라인에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수집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개인을 관찰한다. 엿보기는 이제 개인 대 개인에서, 개인 대 시스템 문제로 확장됐다.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공공과 사적 장소의 경계 역시 허물어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휴대전화에 세계 최초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스마트폰을 좌우 측면이나 위아래에서 봤을 때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제한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타인이 개인 간 대화 내용이나, 잠금 패턴을 훔쳐 보는 등 의도치 않은 정보 노출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사생활 보호 필름이 가진 한계를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단순 편의를 넘어 보안 혁신”이라고 호평했다.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곤욕을 치러온 정치인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반면 연출된 악수보다 더 생생한 정치의 속살은 포착하기 힘들어질 듯하다. 그들의 은밀한 뒷거래가 더 활개 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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