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초년생 이모(27)씨는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취업도 했기에 조카들에게 용돈을 줘야 하는데, 금액이 부담돼서다. 5만원을 주자니 주머니 사정이 빡빡하고, 1만원은 너무 적다. 3만원을 주고 싶지만, 1만원권 세 장을 주기엔 괜히 눈치가 보인단다.
이씨는 “평소에는 지폐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명절이나 경조사 때가 되면 3만원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많이는 아니더라도 3만원권이 발행되면 많은 사람이 잘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실현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과거 이씨와 같은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3만원권 발행이 공론화된 적이 있다. 가수 이적씨는 지난 2023년 설을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3만원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요즘 드는 생각인데, 3만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을 듯싶다”며 “5만원권은 점프의 폭이 너무 크다. 3만원권 지폐는 필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제안에 당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3만원권 발행에 적극 찬성하고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불씨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새로운 권종을 추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오면서다.
우선 3만원권이 실질적으로 필요한지 의문 부호가 달렸다. 전자결제가 일상화하고, 화폐 사용량이 점점 줄고 있는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권종을 발행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화폐 사용 만족도’ 조사에서도 2·3만원 등 중간 단위 화폐 수요가 극히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 과정 역시 험난하다. 새 권종을 발행하려면 금융통화위원회 의결과 기획재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지폐 모델 선정 등 사회적 합의도 필요해 발행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3만원권 사용을 위해 전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전부 교체해야 하는 등 기술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도 이 같은 이유로 3만원권 발행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새로운 권종을 발행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사회·경제적 비용을 다 감수하더라도 3만원권 발행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돼야 하는데, 갈수록 지폐 사용량이 줄어드는 시대에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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