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보다 12.7% 늘어 660억弗
흑자 95억弗 달해… 7년 만에 최대
반도체는 166억弗… 또 기록 경신
25% 관세로 대미 車 수출 2.3%↓
시장 다변화로 EU서 54% ‘껑충’
연휴 영향 10월엔 꺾일 가능성도
미국발 관세 여파에도 한국의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하며 3년 6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전체 수출을 견인한 가운데 동남아와 유럽연합(EU) 등 미국 이외 지역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659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3월 638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다.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나타났다. 9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2% 늘어난 562억달러로, 수출이 수입을 앞서며 무역수지는 95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는 2018년 9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컸다.

효자 품목은 반도체와 자동차였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22.0% 증가한 16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서버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강했고, 메모리 고정가격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가격 상승세에 따른 선구매 수요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수출도 순수전기차(EV)·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6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8%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보였다. 9월 자동차 수출액도 역대 9월 중 최대였다. 관세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둔화세가 나타났지만 EU 등 신시장에서 활로를 찾은 덕분이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25% 품목 관세 영향으로 2.3% 감소한 19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EU 수출액은 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4% 늘었다. 독립국가연합(CIS) 수출도 6억1000만달러로 77.5% 증가했다.
이 밖에 일반기계(10.3%), 석유제품(3.7%), 선박(21.9%), 차부품(6.0%), 디스플레이(0.9%), 바이오헬스(35.8%), 섬유(7.1%), 가전(12.3%) 등 다른 주력 품목의 수출도 동반 증가했다.

지역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품목은 성장 흐름을 보였다. 50% 관세를 맞은 철강 등은 수출이 부진했으나 관세 예외품목인 반도체와 무선통신은 수출이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확대 등 미국에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며 관련 수출액은 10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은 116억8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0.5% 증가했고 아세안(17.8%), EU(19.3%), 중남미(34.0%), 일본(3.2%), 중동(17.5%), 인도(17.5%), CIS(54.3%) 등 주요 지역 수출도 늘어났다. 특히 아세안 수출이 두드러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품목을 중심으로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나타났다. 아세안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을 펴면서 반대체와 휴대전화 및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늘었다.

CIS 수출도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며 7개월 연속 증가했다. 9월 수출액은 15.2억달러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한 대미 수출이 위축되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 시장 포트폴리오를 신속히 다변화해 이룬 값진 성과”라며 “아직은 미 관세 협상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경각심을 갖고 기민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등 수출 증가가 미국의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식 수출’에 따른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올해 ‘늦은 추석’의 영향으로 9월 조업일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어 10월 수출 실적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추석 연휴가 10월로 밀리면서 10월 수출 물량 일부가 9월에 집행된 데다 아직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10월로 넘어가면서 올해 9월 조업일은 지난해보다 4일 많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9월 수출은 조업일도 작년보다 많았고 10월 초 연휴에 대비해 미리 수출한 물량도 있어 열흘 가까운 연휴가 있는 10월 수출 실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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