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이후 부산 사상구 새벽로 일원에서 총 15차례에 걸쳐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현상’은 지하수 유출을 차단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새벽로 일원 땅꺼짐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시는 지난 4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사상구 새벽로 99, 140 일원에서 2건의 지반침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같은 달 18일부터 지질·지반 등 관련분야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조사위원회는 사고지점과 인접한 ‘사상~하단선 도시철도(1공구)’ 공사 중 차수벽체 시공 품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지하수 유출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것이 ‘땅꺼짐’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차 사고원인으로 공사 중 흙막이 가시설 차수작업 부주의로 인해 지하수와 흙입자가 유출됐고, 땅속에 소형 공동(空洞)이 먼저 형성된 것을 지목했다. 사고지점의 지반이 퇴적층(실트질 모래)과 연약지반임을 고려해 당초 흙막이 벽체는 ‘C.I.P 겹칩주열말뚝(주열식 현장타설말뚝을 겹침 시공해 침투수를 원천 차단하는 흙막이 가시설 공법)’으로 설계됐으나, 상하수도관 등 지하매설물의 간섭과 교통 혼잡 민원 발생을 우려해 ‘H-Pile+토류벽콘크리트(H-Pile을 일정 간격으로 지반에 삽입 후 그 사이에 콘크리트 벽체를 시공하는 흙막이 가시설 공법)’로 변경하면서 ‘SGR차수공법(저압으로 시멘트계 약액을 주입해 지반교란 최소화 및 토사 유출을 방지하는 차수 및 지반보강 공법)’이 추가됐다.
그러나 차수공법 시공 중 지반 내 빈 공간에 그라우팅재(차수용 약액)를 충분히 주입하지 못하고, 일부 지하매설물 간섭 구간에도 완벽하게 시공하지 못해 지하수와 흙입자의 유출이 발생했다. 굴착공사 중 차수벽체 누수가 발생해 지하수위가 저하되면서 흙입자가 유출되고,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지반 내 소형 공동이 먼저 형성된 것이 1차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조사위원회는 설명했다. 특히 누적된 강우량과 하수시설 누수 영향으로 차수벽체가 차수기능을 상실해 지하수와 흙입자가 다량 유출됐고, 공동이 확대되면서 최종적으로 땅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조사위원회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차수벽체 보완 △파손된 지하매설물 정비 △자동 계측 기반의 상시모니터링 체계 구축 △지반침하위험도평가 등 다방면의 대책 이행을 권고했다. 또 파손된 지하시설물 정비와 자동화 계측을 통한 상시모니터링 체계 구축, 적정 계측 위치 선정 및 계측값 적정성 종합 분석 시행, 공법변경 전 구간에 대한 지반침하위험도평가 시행, 전문가 기술자문을 통한 후속 대처방안 수립 및 시공 진행 등 다방면의 사고 재발방지 대책도 권고했다.
민순기 시 도시공간계획국장은 “사고조사의 목적은 원인을 규명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면서 “조사위원회가 제시한 대책을 부산교통공사 등 관계부서에서 신속히 이행하도록 권고하고, 도로지반침하(싱크홀) 특별대책 상설 전담조직(TF)을 통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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