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하반기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 소재 초고가 아파트를 60억원에 취득했다. 국세청은 A씨의 소득이나 재산 등을 볼 때 자력으로 취득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A씨는 해당 아파트를 사면서 은행에서 최대한도(30억원)로 대출 받았지만 나머지 자금 출처는 불분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이 살펴보니 A씨는 현금 부자 부모를 두고 있었다. A씨의 부모는 매년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백억원대 재산을 예금과 상가 등으로 보유하면서 A씨가 취득한 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다. 국세청은 A씨가 부모로부터 아파트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판단,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이 ‘한강벨트’ 등 초고가주택을 전수 검증해 탈루 혐의가 있는 10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부모 찬스’를 통해 주택 취득자금을 증여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등 각종 부동산 탈세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강력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1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국세청은 우선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뤄진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에 있는 초고가주택(30억원 이상) 거래분 5000여건을 모두 검증해 A씨와 같은 탈세 혐의자를 1차 선별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소득·재산·직업 등에 비춰 자금능력이 부족해 편법 증여를 받았거나 소득 신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국세청은 나머지 거래분에 대해서도 분석이 마무래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고가주택을 취득했지만 자금출처가 부족한 외국인과 30대 이하 연소자들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국내 소득 및 대출, 해외 송금액 등 자금원천을 정밀 분석하고, 소득이 없는 데도 고가 아파트를 취득해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경우 등을 면밀히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 B씨의 경우 서울 한강변의 고가 아파트를 25억원에, 지하철역 인근 상가 신축용 토지를 65억원에 취득했는데 소득이나 재산이 충분치 않았다. 조사결과 B씨 부모는 해외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며 큰 돈을 벌었고, 국내에도 법인을 세워 빌딩을 임대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B씨가 고가의 아파트 등을 취득하기 위해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 받고, 일부는 부모가 소유한 법인의 자금을 유출해 사용했음에도 증여세,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고액의 전·월세 거주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피하기 쉬운 고액의 전세금을 편법으로 증여받거나 뚜렷한 소득 없이 고액의 월세를 내고 있는 이들이 대상이다. 국세청은 3가지 유형의 자금출처 의심 탈루 사례가 6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가장매매를 통해 부당하게 1세대1주택 비과세를 받은 40여명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2주택자임에도 친척이나 지인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이전한 후 양도차익이 큰 다른 한 채를 1세대1주택 비과세로 신고하는 수법의 가장매매 탈세 의심사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개인이 아닌 특수관계 법인에 주택을 이전한 가장매매도 포함됐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번 세무조사 발표 이후에도 불법·편법행위는 철저히 찾아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신고가 거래취소, 허위 매물 등 시세조작 행위로 시장을 교란시키며 막대한 불법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개업소 등 투기세력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의 이상 거래를 차단하고 편법 증여·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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