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전임 총재들과 비교했을 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긴축적)인지, 비둘기파적(완화적)인지에 따라 특히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은 경제연구원 학술지 ‘경제분석’에 실린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감성 분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2022년 부임한 이 총재 임기 동안 한은 통화정책방향회의(통방) 직후 발표되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그 이후 실시되는 기자간담회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했다. 저자는 유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조두연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다.

연구는 2008년 8월부터 2023년 7월 기준금리 발표 직후 40분과 기자간담회 도중 주식·채권·외환시장의 변동성을 1분 단위 데이터를 이용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주식·외환시장은 주로 기준금리 발표에만 영향을 받은 반면 채권시장은 이후 실시되는 기자간담회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성태(2006∼2010년)·이주열(2014∼2022년) 전 총재와 이 총재 재임기 때 채권시장 변동성은 기자간담회 도중 평상시보다 7~15배 커졌다. 반면 김중수(2010∼2014년) 총재 재임 기간에는 변동성이 약 4.2배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이 총재의 경우 기자간담회의 어조가 매파·비둘기파적이었는지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이 기자간담회 내용의 어조를 수치화한 뒤 채권금리 변동성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김중수·이주열 전 총재 시절에는 발언 어조가 시장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성태 전 초재 시기 또한 금융위기로 전반적 변동성은 컸으나 어조가 채권금리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았다.
반면 이 총재의 경우에는 시장변동성 자체가 유의하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간담회 발언 어조가 채권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총재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전임 총재들과 달리 통방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근거 및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에 따라 시장이 기자간담회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 금리발표가 아닌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다. 연구팀은 “한은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인 기준금리 조정뿐 아니라 기자간담회 같은 시장 참여자와의 소통을 통해서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은의 커뮤니케이션이 통화정책의 유효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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