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 겨우 무죄 받아도 헛고생
국가가 왜 이렇게 잔인한가” 질타
鄭법무도 “항소·상고 제한 필요성”
李 사법리스크 연계 발언 해석 나와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항소제도와 관련해 검찰을 작심 비판한 것은 정부조직법 의결과 맞물려 검찰 해체 다음 수순으로 형사소송법 개정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사법 리스크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1심에서 판사 셋이서 무죄라고 해서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한다. 고등법원 항소심에서 판사들 생각이 유죄라고 해서 유죄로 바뀌었다면 이게 타당한 것인가”라며 “한 사람이 유죄라고 생각하거나, 무죄라고 왔다 갔다 할 때는 무죄라고 하는 게 원칙인데 3명의 판사가 무죄라고 한 것을 3명이 뒤집어서 유죄로 바꾸는 게 타당한가”라고 꼬집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하면 유죄로 바뀔 확률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고 정 장관은 “대충 5% 정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5% 정도 유죄로 뒤집어진다면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항소심에 가서 생고생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 장관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가 유죄로 뒤집히는 경우는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무죄인데 대법원에 상고해서 유죄로 뒤집히는 경우가 1%대라면 98%는 엄청나게 고통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장관은 “대통령 말처럼 타당하지 않다. 전면적으로 사실관계 파악이나 법리관계가 잘못된 것은 드물다”면서 “항소·상고를 제한할 필요성이 반드시 있다”고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몇 년씩 재판해서 집 팔아서 변론해 겨우 무죄가 되면 항소심에 가서 또 그러고 기껏해야 5% 뒤집히는데 95%는 헛고생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국가가 국민들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라고 거듭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무죄 판결에는 항소할 수 없도록 하는 해외의 경우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무죄 판결에는 항소 못 하게 하는 나라가 많지 않나”라고 묻자 정 장관은 “미국계·대륙계 법에서는 그렇다”며 “미국은 법에서 이중형 금지 원칙 때문에 피고인 이익 우선이라서 항소를 못 하게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처럼 항소 체계를 집중 타격한 것은 기계적 항소·상고를 막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정 장관 역시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의도에 부합하는 답변을 이어갔다. 정 장관은 “근본적으로는 명백한 법리관계를 다투는 것 외에는 항소를 못 하게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 우선 대검찰청 관련 사무 예규를 바꿔 기계적 항소·상고를 바꿀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발언이 이 대통령의 오랜 철학과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검찰과 항소심 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배경에 대해 “특별히 어떤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통령의 오랜 철학이기도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조직법이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돌이킬 수 없게 됐지만 세부사항을 둘러싼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핵심이 되는 것은 보완수사권이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설립되면 검찰은 직접 수사 개시를 할 수 없고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만이 가능해진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 내 강경파는 검찰의 수사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기 위해 보완수사권이 아니라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고 요구만 할 수 있는 ‘보완수사 요구권’만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와 수사관들을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눠 소속을 변경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이 그간 검찰이 해오던 수사 기능을 공백 없이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를 통솔하는 행정안전부에 수사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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