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로 ‘확대 재편성’ 기대
“이번 주에 15건 잡혀 있던 심판회의를 일괄 연기했습니다. 시스템이 복구된 뒤 연말까지는 매일 5건 이상씩 심판회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조사관 A씨는 30일 재심을 다루는 중앙노동위원회뿐 아니라 초심 판정이 이뤄지는 지노위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업무 차질이 상당하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도 노동위원회의 내년도 정보화운영 예산은 올해 본예산 대비 59.3% 삭감돼 국정자원 화재를 계기로 관련 예산을 되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중노위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심판 홈페이지 노사마루가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돼 심판이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심판위원들은 통상 조사관이 노사마루에 올려놓은 자료를 보고 심판을 진행한다. 중노위는 지노위에서 중노위로 넘어온 재심 30여건을 다음 달 10일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경기 지노위는 이번 주에 잡힌 초심 사건들을 내달 10일 이후로 미뤘다. 중노위 관계자는 “지노위의 초심 사건이라도 조사관이 저장해둔 자료가 부족한 경우는 심판을 연기하고, 자료 의존도가 낮은 사건은 진행하는 등 12개 지노위별로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중노위의 내년 정보화 운영 예산은 3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73억원) 대비 59.3% 삭감됐다. 중노위 요구안은 56억원이었으나 53.6%만 반영됐다. 중노위는 조사관 업무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노동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1차 연도인 올해는 예산 62억원, 내년에는 18억원만 편성됐다.
노동부의 안전보건관리 정보시스템 운영 예산도 올해(146억원) 대비 35.5% 줄어든 94억원이 편성됐다. 노동부는 115억원을 요구했으나 요구액의 81.7%만 반영됐다. 다만 관련 예산이 투입된 산업안전포털은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노동부가 운영하는 202개 전산시스템 중 전면 중단된 시스템은 17개로 임금체불·산업재해 신고 등 노동·산업안전 분야의 감독·사건처리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과 관련한 각종 신고는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없고, 대면 접수하거나 대표 이메일 또는 팩스를 이용해야 한다. 노동부는 1∼2주 내 복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지청에서는 근로감독관들이 업무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청에서 근무하는 근로감독관 B씨는 “근로감독 업무가 마비 상태”라며 “월급 떼먹고 도망 다니는 사업주들을 경찰에 지명수배 통보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을 앞두고 임금체불을 집중 처리해야 하는 시기인데 업무 공백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대면 진정 신고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해 근로감독관들이 민원실로 차출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동부와 노동위에서는 향후 정보화 예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년 3월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돼 노동위의 분쟁조정 업무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A씨는 “이번 일로 서버 분리 작업에 예산을 더 들이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이 근본 대책을 세우라고 한만큼 그런(예산 확대) 움직임이 있지 않겠나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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