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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北, 美 본토 타격가능 3대 국가”… 또 북핵 공개인정 논란

입력 : 2025-09-30 20:00:00 수정 : 2025-09-30 23:05:45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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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서 기자간담회 등 잇단 발언

‘北 ICBM능력’ 검증 안된 상태서
중·러와 함께 핵보유국 반열 인상
국제사회에 잘못된 시그널 우려

정 장관, 한반도포럼 기조연설선
“평화적 두 국가, 전례 없지 않아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 길 아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로 꼽았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를 직시한 상태에서 현실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한국 고위 당국자가 북한을 중국·러시아와 같은 핵보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듯한 발언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뉴스1

정 장관은 이날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 등을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는데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7년 전 위치와는 다르다. 일단 그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했던 2018∼2019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북한 핵 무력은 크게 증강됐다는 뜻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 장관 발언에 대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위협이 심각해 조속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한국 정부의 비핵화 의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장관이 언급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는 북한 외 중국, 러시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러는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합법적인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중·러와 같은 핵 능력 완성 국가로 인정한다면 북한 비핵화는 목표로 삼기 어려워진다.

 

정 장관 말처럼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전역을 사거리로 삼기는 하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같은 ‘제2격 능력’(보복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도 보기 힘들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는 “북한과 대화를 하는 주체가 한국이 아닌데, 정 장관이 미국에 대한 위협 평가를 일방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본토 타격 능력을 완성했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25일에도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전문가 추정을 근거로 “현재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우라늄 보유량은 2000㎏ 정도로 추정된다”며 북한의 핵 역량을 강조한 바 있다. 고농축우라늄 2000㎏은 핵무기 100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정 장관은 최근 자신이 주장하는 ‘평화적 두 국가론’이 헌법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데팍토(de Facto·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de Jure·법적인) 국가 승인, 그건 공리공담(空理空談, 헛된 말)”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GKF 기조연설에서도 “평화적인 사실상의 두 국가 형태는 전례 없는 제안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 규범, 남북 간 합의, 공식 통일방안에서 3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고 지향해온 과제”라고 언급했다. 남북관계는 사실상의 두 국가 관계이고,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남북연합 단계 등이 이를 전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은 정치적 실체가 있는 국가이며 동독과 북한은 조건과 성격이 다르다”며 “북한이 의심하는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길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동독은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가였으며 냉전 해체기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면서 “통일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GKF와 독일 통일기념일 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28일부터 4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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