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파이 절도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검찰이 시민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노동·노조 혐오가 빚은 구조적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이번 초코파이 절도 사건에 대한 시민위원회를 열어 도출된 의견을 향후 공판 진행 절차에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민위 개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민위원회는 2010년 도입된 제도로,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기소 적정성을 심의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검찰이 권고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2020년 ‘반반 족발 사건’ 당시 시민위 권고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
앞서 신대경 전주지검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1심에서 유죄가 나왔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어떤 부분을 살펴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시민위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사건은 전북 완주군 한 물류회사 보안업체 직원 A(41)씨가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00원)와 커스터드(600원)를 꺼내 먹은 것을 회사 측이 뒤늦게 확인해 절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벌금 5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되자 항소했다. A씨는 “유죄가 확정되면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민위가 선처를 권고할 경우 검찰이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구형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검찰이 시민위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대표적 사례는 2020년 7월 일어난 ‘반반 족발 사건’이 있다. 편의점 종업원이 폐기 시간을 착각해 매장에서 파는 5900원짜리 족발을 먹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나온 재판이다. 당시 시민위가 항소 포기를 권고했고, 검찰이 이를 수용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는 1심 사건 재판이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초코파이 사건과 다소 차이가 있다.
앞서 2008년 횡령과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된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 사건에서도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한 사례가 있다. 이 역시 1심이었고,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했다.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코파이 사건과 군산 LH 아파트 청소 노동자 ‘쌀 1포대 지급’ 사건은 노동자와 노조를 범죄·조롱 대상으로 삼는 전북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쌀 1포대 지급’ 사건은 최근 군산 LH 아파트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과 식대 지급 등을 요구하자, 관리 대행업체가 쌀 한 포대와 식대 1만원을 제시한 사례다.
민주노총은 특히 초코파이 사건에 대해 “10년간 관행적으로 이용해 온 간식을 절도로 몰아 한순간에 파렴치한 좀도둑으로 낙인찍는 과잉 징벌”이라며 “고소인인 물류업체 소장은 주의 조치만으로 끝내려 했으나, 사건이 커진 것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사측의 기획 의혹이 짙기에 무죄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10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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