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KB국민은행 ‘9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8억677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0.64% 오르며 사상 처음 18억원을 돌파했다. 한강 이북 14개구의 평균 아파트값도 10억2238만원, 서울 전체 평균은 14억3621만원에 달했다. 각종 대출 규제와 공급대책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 걱정스럽다.
실제 서울 강남·송파·용산·마포 등 7개구에서 월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1%를 넘었다. 경기 성남 분당·수정구와 광명시 등에서도 상승률 1%가 넘는 곳이 속출하는 등 ‘패닉 바잉’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발 집값 폭등이 수도권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과거 패턴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가 2023년 3월부터 올해 8월 사이 계약을 해제한 425건을 대상으로 이른바 ‘가격 띄우기’ 의혹에 대한 기획조사에 나선 것도 최근 집값 폭등과 무관치 않다.
규제 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하고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원천금지한 대출 규제로는 집값을 잠시 눌러놓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현재의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에 따른 구조적 문제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 신규 주택 착공계획을 담은 ‘9·7공급대책’의 한계도 분명하다. 전체 주택 공급의 80%를 담당하는 민간이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맡겨놓다 보니 시행 능력에 대한 시장 불안이 오히려 커졌다.
집값 안정의 근본 해법은 공급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직장·주거 근접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에 집을 짓고 ‘숫자’만 늘린다고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안정될 리 만무하다. 최근 집값 급등의 시작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으로 인한 강남과 용산 등 서울 핵심지역 공급대책의 부재 탓이다. 어설픈 규제로 시장을 자극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처방이 잘못되면 백약이 무효다. 집값 상승의 발원지인 서울에서 신규 택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시장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아울러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민간이 주도적 주택 시장 공급자로 나설 여건을 조성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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