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개홀서 추모 노제 거행
“무대 위 혁신가이자 무대 뒤 스승
웃음이 사회의 공기임을 증명”
후배 개그맨 수십명 눈물의 배웅
김정렬 ‘숭구리당당’ 퍼포먼스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공개홀. 25일 별세한 코미디언 전유성의 영정이 고요한 무대 위에 놓였다. 무대 뒤에는 생전 그가 창립 멤버로 참여한 KBS ‘개그콘서트’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영정은 오전 7시30분쯤 KBS에 도착했다. 후배 코미디언 수십 명이 복도에 도열해 고인이 마지막 무대로 향하는 길을 지켜봤다.

이날 KBS 공개홀에서 코미디언 박준형의 사회로 거행된 전유성의 노제에는 남희석, 이봉원, 정종철, 심현섭, 이영자 등 수십 명의 후배 코미디언이 참석해 눈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엄영수, 심진화·김원효 부부, 송병철, 박영진, 박성광, 황현희, 김민경, 조세호 등은 영정 앞에서 묵념하며 고인을 기렸다.
박준형은 “평생 우리 삶의 터전이 됐던, 우리의 직장을 만들어 주신 전유성 선배님께서 오르시는 마지막 개그콘서트 무대”라며 “선배님의 뜻을 받들어 우리가 더 열심히 대한민국 국민께 웃음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배님께 큰 박수를 쳐 드리자”고 제안하자 이들은 눈물을 닦으며 박수를 보내고 “선배님 감사합니다”,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라고 외쳤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몇몇 희극인들은 무대에 올라 고인을 위한 마지막 코미디를 펼쳤다. 엄영수는 “여러 기업체가 이 장례식을 위해 애써주셨다”며 수십 개 기업 이름을 특유의 ‘속사포 개그’ 스타일로 읊어 고인에게 마지막 유쾌한 인사를 전했다.
최양락은 “형님께서 저희 부부의 연을 맺어주셨는데, 그 당시 제가 하던 개그 코너의 유행어를 해 보겠다”며 “봉이야!”를 외쳤다. 그의 아내 팽현숙은 “전유성 아저씨 덕분에 멋진 최양락을 만나 한평생 잘살고 있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김학래 대한민국코미디언협회장이 “이 자리에서 1분간 눈물을 참지 말고 신나게 울고 보내드리자”고 제안하자 장내에는 통곡이 이어졌다.
앞서 열린 영결식에서도 유족과 수많은 후배 코미디언이 눈물 속에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추도사는 이홍렬과 김신영이 맡았다. 이홍렬은 “한국 코미디의 큰 별, 전유성 선배님은 무대 위 혁신가이자 무대 뒤 스승이셨다”며 “웃음이 한 사회의 공기이고 문화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지만, 그분이 만든 길 위에 서 있다”며 “남겨주신 웃음과 가르침은 우리의 가슴과 무대 위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기렸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병실에서 나흘을 함께한 김신영은 그를 “나의 어른”이라고 부르며 “제 코미디를 가장 먼저 인정해주신 분, 어린 제자도 존중해주시던 우리 교수님”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병원에서 제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고 한 따뜻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눈물을 쏟았다.
코미디언 김정렬은 생전 고인이 좋아했다는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전유성은 1970∼1980년대 한국 방송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후학 양성을 위해 대학에 코미디학과를 만들고, 코미디를 전문 공연 장르로 끌어올리며 새 지평을 열었다.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개그콘서트’의 창립 멤버이자 기획자이기도 했다. 장지는 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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