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개편을 했지만 역풍을 맞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친구탭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피드형으로 개편했다. 기존에는 친구 이름,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를 목록형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프로필 사진, 배경 사진, 게시물 등이 격자형 피드 형태로 표시되는 식이다. 그동안 ‘전화번호부’ 역할을 했던 친구 목록이 카톡 친구 근황을 크게 보여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바뀐 셈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이용자들은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며 메신저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고 SNS 기능을 과도하게 추가했다고 반발했다.
카카오가 이처럼 카톡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 이유는 인공지능(AI) 대중화 시대를 선도하고,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카톡은 SNS 중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앱으로 꼽히지만, 체류 시간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 크게 못 미친다. 수익성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개편으로 카톡을 이용하는 이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 광고 매출이 증가하고, AI 서비스를 통한 직·간접 매출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내 프로필 사진이 다른 사람 화면에 크게 노출되는 건 싫다” “직장 상사 일상을 굳이 봐야 하냐”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MZ 대통령’으로 불리는 가수 이영지는 “카톡 업데이트 안 하려고 버텼다”며 자동 업데이트되자 카톡 프로필 사진들을 지웠다고 했다. 다수 SNS,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카톡 자동 업데이트 차단 방법’ ‘업데이트 되돌리기’ 등이 공유되고 있다. 급기야 이용자들이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1점’ 리뷰를 달며 이전 버전으로 앱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23일 “업데이트 후 일부 이용자의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편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이용자들의 항의와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2일 6만64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26일 5만9300원으로 추락했다. 소비자들을 이길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카카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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