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이 마비되자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을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안된 입법 강행처리를 중단하는 것이 순서”라며 정부조직개편 전반에 대한 재논의를 약속한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와 관련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재난에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라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상황이 보기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을 정치 공세 수단으로 제발 활용하지 않길 바란다”라며 “당정은 사태 수습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일방적인 필리버스터 중단에는 응할 수 없다고 답했다.
송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소수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려면, 먼저 다수당이 여야 합의가 안 된 악법 강행처리를 중단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며 “곧 있을 ‘이진숙 축출법’ 표결과 이후 예정된 악법 강행처리를 모두 중단하고, 정부조직개편 전반에 대해 추후 재논의하겠다는 약속이 선행된다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가전산망 셧다운 사태뿐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진 관세협상의 비망록과 MOU(양해각서) 내용을 야당과 국민에게 공개하고 협조를 구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야당의 일방적인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그 같은 일방적인 항복 요구에는 결코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상정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두번째 쟁점 법안인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7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내년 8월까지가 임기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자동 면직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