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외교부 “그런 사실 없어… 근거 없는 억측”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지 말라”는 미국의 강한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인도와 러시아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인교 외교부는 나토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미국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놓고선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전날(25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얘기들 가운데 인도와 관련된 대목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뤼터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하게 접촉 중’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지난 8월27일부터 기존 25%에 추가로 25%를 더 매긴 50%의 상호 관세(국가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략한 뒤에도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거부한 인도는 대신 제재로 판로가 막히며 가격이 급락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늘리는 길을 택했다. 현재 인도가 수입하는 석유의 약 38%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인도가 그 석유를 사들이기 때문”이라며 고율의 관세 카드를 동원해 인도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뤼터는 바로 이 점을 거론하며 궁지에 처한 인도가 러시아와 ‘뒷거래’를 하려 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모디는 푸틴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지지해요. 하지만 미국한테 50% 관세 폭탄을 얻어맞았으니 이젠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다”며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가 러시아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도 외교부가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 사실 자체가 없다”며 부인했으나 인도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값싼 러시아산 석유에 에너지를 의존하다가 공급처를 다른 곳으로 바꾸자니 딱히 대안이 없다. 일각에선 산유국 가운데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지목하고 있으나 둘 다 대표적 반미 국가로 이런 나라들과 거래를 하다가는 미국의 더 큰 반발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50% 관세를 감수하면서 러시아산 석유에 계속 매달렸다가는 인도의 경제와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무시하기 힘들다. 인도로서는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미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말고는 뾰족수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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