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야당 반대 귀 막고 정부조직법 강행한 與 [논설실의 관점]

관련이슈 사설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9-26 19:02:05 수정 : 2025-09-26 19:02:04

인쇄 메일 url 공유 - +

대통령·여당 지지율 취임 후 최저
협치 약속 깨고 입법폭주한 결과
지지층 정치는 민심이반 부를 것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에 상정된 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으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토론 종결 절차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과 국회 증언·감정법 등 다른 본회의 상정 법안도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은 무제한 토론 종결 이후 한 건만 처리할 수 있으므로 여야의 법안 공방전은 4박 5일 동안 이어지게 됐다.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상정→야당의 필리버스터→여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및 법안 표결’ 과정이 반복되는 정쟁의 되돌이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를 한 뒤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촉구하고 이달 초에는 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의 손을 잡고 협치를 약속했지만 결국 말뿐이었다. 여야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여당의 책임이 제일 크다. ‘당정 분리’라는 명분으로 여당의 폭주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이 대통령도 책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갤럽)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가 취임 후 최저치(55%)를 기록하고 민주당 지지도 역시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30%대로 동반 추락한 이유를 여권은 곱씹어 보기 바란다.

 

정부조직 개편은 초안이 나왔을 때부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법안을 빼고는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정부조직법 통과로 정부 수립 때부터 설립된 검찰청은 78년 만에 해체되고 기존 검찰의 주요 범죄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어갔다. 기소권은 신설되는 공소청으로 이관됐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경인 만큼 여야가 시간을 두고 사회적 공론을 수렴해서 합의로 처리해야 하는데 여당은 내부 반대론도 묵살한 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범죄자들만 박수 칠 개악”이라는 비판을 새겨듣고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고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를 기후부로 이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속성상 규제 부서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무시됐다. 야당의 목소리엔 귀 막고 정권 입맛대로 이뤄진 조직개편은 오래갈 수 없다.

 

여당의 강행 처리가 예고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사실상 전임 정부가 임명한 방통위원장을 하차시키려는 동기에서 시작됐다. 국회 증언·감정법은 국정조사 등 특별위원회가 해산된 이후라도 위증 사실이 드러나면 국회의장 명의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헌법의 형벌불소급원칙에 반하는 위헌 소지가 크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전 정부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리한 법안들이다.

 

국회 본회의 상정 전에 이런 법안들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곳이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가 ‘상임위 위의 상임위’, ‘상원’으로 불리는 이유다. 2004년 17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도록 한 관행도 다수당의 입법 전횡을 견제하자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한 뒤로 법사위는 협치의 장이 아닌 정쟁의 진앙이 됐다. 법사위 여당 의원들은 근거 없는 정보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을 ‘조작 기소’로 주장하면서 사건 관련 인사를 대거 증인으로 불렀다. 여당이 이러는 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다. 이런 여당의 행보는 민심 이반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오피니언

포토

미야오 엘라 '시크한 손하트'
  • 미야오 엘라 '시크한 손하트'
  • 박규영 '사랑스러운 볼하트'
  • 유진 '강렬한 눈빛'
  •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