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이유로 재취업…관피아 근절 제도 개선”

경제 관련 부처의 퇴직공직자 10명 중 9명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공직자가 전관예우를 받아 관련 기관·기업·단체 등에 재취업하고, 인맥과 지위를 이용해 재취업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근절할 법제도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관련 8개 정부 부처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승인율을 분석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는 공직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 민간 기업 등 특정 기관에 취업할 때 사전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공직자와 관련 기관의 유착 차단 등을 목적으로 한다.

조사 결과 전체 취업 심사 대상 519건 중 94.2%인 489건이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취업 가능 결정은 퇴직공직자가 업무 관련성이 없는 기관에 취업할 경우, 취업 승인은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특별한 승인 사유가 있을 때 내려진다.
부처별로는 ▲기획재정부 100% ▲국세청·산업통상자원부 97.8% ▲국토교통부 96.2% ▲금융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90% ▲금융감독원 89.9% ▲공정거래위원회 83.9% 등의 순이었다.
경실련은 퇴직공무원들이 전문성·공익성 등 추상적인 사유로 재취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 승인 결정을 받은 109건 중 ▲취업 뒤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91회·46.9%) ▲취업 뒤 영향력 행사가 작은 경우(58회·29.9%)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22회·11.3%) 등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6대 재벌 계열사에 취업한 퇴직공직자는 모두 39명으로, 산업통상자원부(14명)와 금융감독원(8명) 출신 취업자가 10명 중 6명(56.4%)을 차지했다.
법무법인 취업자는 50명으로, 금융감독원(29명)·공정거래위원회(11명)·국세청(7명) 출신 취업자가 10명 중 9명(88%)에 달했다.
퇴직공직자 재취업의 주요 특징으로 산하 조직 신설 후 재취업, 민관유착에 의한 재취업, 정부 부처 관련 기관 재취업, 관행적인 유관기관 재취업, 재벌 대기업 방패막이용 재취업, 부처 파워·지분에 의한 재취업 등이 확인됐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경실련은 “관경유착, 취업시장 공정성 저해, 기업 방패막이 등 관피아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근절할 법제도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신생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취업 심사 대상기관 규모 재정비 ▲취업 승인 예외사유 구체화 ▲취업제한 여부와 승인 심사 기간 확대 ▲공무원연금과 재취업 보수 이중 수급 방지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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