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처 분리로 인사 적체 숨통
조직 몸집 키운 여가·노동부도 기대감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내부 ‘격앙’
당정이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노무현정부’ 체제가 소환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융감독위원회와 과학기술부총리라는 노무현정부 조직이 부활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의 국정 철학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이 전날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고, 기획예산처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해 총리실의 권한을 확대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했다.
이는 모두 김대중·노무현정부 조직과 동일하다. 이번에 신설된 과기부총리 또한 노무현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구축하겠다며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 급으로 격상시켜 신설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이명박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통합·폐지했는데 17년 만에 부활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의 시대적 요구가 노무현정부 당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면서 정부가 나서서 경제 기획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예산 기능과 경제정책 기능을 분리해 서로 감시하게 하는 게 맞다”며 “다양한 정부조직을 경험해봤지만, 노무현정부 체제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고 전했다.

조직개편안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18년 만에 분리가 확정된 기획재정부의 경우 기획예산처가 장관급이 수장이어서 인사 적체 현상이 심했던 기재부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실장급인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차관급으로 격상된 고용노동부도 안도하고 있다. ‘폐지 예정 조직’이었다가 오히려 조직 규모가 커지는 여성가족부에선 업무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사회부총리 자리를 내놓은 교육부에선 ‘시원섭섭’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 직원은 “의전 서열이 내려오니 부처의 힘이 빠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교육부 직원은 “부총리를 떼면 교육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금융소비자보호원과 분리 확정되자 “금감원 차원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내부에서 들끓고 있다. 당초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를 목표로 시작된 논의가 오히려 ‘통제 강화’로 귀결되자 내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직원들의 격앙된 여론을 반영하듯 이날 본원 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장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직원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 노조와 대의원은 9일 오전 검은색 상의를 입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원 노조도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해 9일부터 시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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