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악수 하려 마늘·쑥 먹기 시작”
李, 양당 대표 손잡고 유도해 성사
與 내부 “여야 물밑 정치 물꼬” 기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계기로 첫 악수를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장본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으로 갈린 두 사람이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대표 취임 후 첫 상견례를 한 셈이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여야 물밑 정치의 물꼬가 트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다.

여야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오찬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의 사이에 선 이 대통령이 평행선을 달리는 양당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3개월간 ‘내란 척결’과 ‘탄핵 반대’를 외쳐온 두 사람이 언제 악수를 할 것인지가 정치권의 관심사였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거나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던 터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양당 대표들의 손을 잡고 악수를 유도했다”며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 포함 세 분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해 자연스럽게 대통령이 함께 손을 잡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악수를 계기로 여야가 협치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기자는 뜻을 모아 양당 수석대변인이 회동 결과를 공동 발표하자는 제안에 이 대통령도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과 별개로 그간 정 대표의 수위 높은 발언은 여권 내부에서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표현 방식”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야 협치를 이끌어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날 선 반응을 보여온 것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야당의 입장 정리가 미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는 최근 들어 일명 ‘노상원 수첩’을 재차 거론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강한 비판을 연달아 해왔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현역 군인들과 계엄 모의를 한 것으로 조사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 대통령을 비롯한 진보 진영 인사들이 ‘수거’ 즉 암살 대상으로 기재된 건 민주당과 정 대표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정 대표는 “만약 윤석열 일당의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이 대통령도, 정청래도 불귀의 객이 되어서 어디에서 시신도 찾지 못하고 혼령만 모시는 그런 처지가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었다. 정 대표는 최근 장 대표의 사진에 ‘윤어게인’(Yoon Again·다시 윤석열)이라는 문구를 합성한 포스터를 국회 집무실 복도에 붙였다. 일명 ‘노상원 수첩’의 각 페이지도 같은 크기로 인쇄해 부착했다.
당내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내란 옹호’ 행보를 사과하지 않으면 협치의 상대방으로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헌정당심판 절차를 거쳐 해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란은 잘못된 것이지만 국민들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미래지향적 협치의 모습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이제 이런 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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