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구금된 사태와 관련, 7일(현지시간)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한국)을 도와 일부 인력을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 한국 기업이 전문인력 수급에 애로를 겪어왔으며, 이는 미 당국이 취업 비자 발급을 지연하거나 제한한 데서 비롯됐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이민국 단속을 적극 옹호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문제 해결 의지까지 밝힌 것은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당신들(대미투자 외국기업)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며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만들겠다”고 글을 올렸다. 비록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기업에 우리나라 이민법 존중을 촉구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주요한 대미 투자국이지만, 13년 넘게 전문직 비자 쿼터(E-4)를 보장받지 못했다. 멕시코·캐나다(이상 무제한), 싱가포르(5400명), 칠레(1400명), 호주(1만500명)가 FTA를 통해 연간 쿼터를 할당받은 것과 크게 대조된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 E-4 비자를 신설하는 내용의 ‘한국 동반자법’(PWKA) 입법을 추진했는데, 이 법의 통과가 비자 애로 해소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한·미 조선 및 원전 협업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삼아 미 정부와 의회를 설득하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어제 한국인 구금자 석방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 장관은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이번 방미 기간 미국과 비자 관련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단속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외교부의 무능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크다. 앞으로의 협상에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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