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사망사고, 잇단 경영진 책임론 불거져
DL건설 노동자 숨진 뒤 대표이사 사표 제출
포스코이앤씨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남 김해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굴착기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뒤늦게 사과문을 내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반복되는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여전히 깊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8시30분쯤 경남 김해시 불암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굴착기 버킷에 노동자 A씨(50대)가 치이면서 현장에서 숨졌다.
롯데건설은 박현철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건설은 곧바로 공사 현장의 작업을 전면 중지하고 관계기관의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는 변명은 이번에도 공허하게 들린다.
◆李대통령도 질타했는데…“안전 없는 성장 없다”
이 같은 사고는 비단 롯데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8일 DL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진 뒤, 대표이사와 임원진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지난 7월과 8월 잇따라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결국 정희민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건설업계의 반복되는 참사는 경영진의 ‘안전 리더십’ 부재를 보여준다. 사망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과문과 대책이 발표되지만, 현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도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산재 단속·예방이 건설경기를 죽인다고 항의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건설업계의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산재 감축에 직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과 제도가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138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약 한 명꼴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산업재해 제로’를 외치는 구호가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안전 시스템, 말뿐인 약속 아닌 실천 필요해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 책임을 현장 소장이나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영진의 실질적 책임과 징벌적 처벌이 동반돼야만 현장의 안전 체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건설업계는 매번 사고 이후 “다시는 반복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놓는다.
그러나 대책은 구호에 그치고, 현장에서는 또다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나온다. 이제는 ‘안전 약속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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