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특수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던 2019년 ‘김정은 도청’ 작전을 목적으로 북한 해안에 침투했으나 민간인을 태운 선박이 나타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수십명의 전현직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폭로하면서 당시 상황이 현재까지 기밀로 유지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정예 부대인 실 팀6(SEAL Team 6)의 ‘레드 대대(Red Squadron)’가 당시 작전에 투입됐다. 이 대대는 9·11 테러의 설계자이자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전력이 있다.
이 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돌아온다는 복잡하고 중대한 임무를 맡아 2019년 초 북한 겨울 바다로 잠수함을 타고 한밤중 침투했다. 그러나 작전에 투입된 실 팀원 일부가 북한 해안에 도착하던 순간 어두운 바다 위에서 북한 민간인 여러 명을 태운 선박이 나타났고, 특수부대는 발각 가능성을 우려해 이들을 몰살시킨 후 잠수함으로 돌아가면서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당시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첫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반 북·미 관계는 갈등을 거듭하다 2018년 북한과 대화가 진행되면서 평화로 나아가는 듯했지만, 미국은 김 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미 정보 당국이 김 위원장의 통신을 가로챌 수 있는 새로운 전자 장치를 개발했다고 백악관에 보고했고 북한데 도청장치를 심는 임무가 2018년에 실 팀6에 배정됐다. 실 부대를 지휘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는 2018년 가을 북·미 고위급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전 준비를 승인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작전을 승인한 의도가 협상에서 즉시 활용할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 것인지 더 폭넓은 목적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실 팀6는 미국 수역에서 수개월을 연습했고 2019년 초까지 준비를 계속했다.
2019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아무리 작은 군사작전이라도 북한의 심각한 보복을 불러올 수 있어 이 작전은 들키지 않고 나오는 게 필수적이었다.
북한 당국이 당시 미국이 작전을 수행한 사실을 어느정도로 파악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은 이 건과 관련한 자국민 사망에 어떤 공개 입장도 내지 않았다. 이후 베트남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대화는 합의 없이 신속하게 끝났고, 2019년 5월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한 번 더 만났지만 대화 진전은 없었다.
이후 수개월 동안 북한은 이전 해보다 많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에 관심을 피력한 상황에서 이번 보도가 양국 간의 외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 사안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이번 NYT 보도를 통해 사안을 파악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북·미 대화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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