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2026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 이번 드래프트는 ‘이지윤 드래프트’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중앙여고 미들 블로커 이지윤의 전체 1순위 지명이 당연한 분위기였다. 전체 1순위가 누구냐보다는 어느 구단의 구슬이 나오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이 아나운서의 진행에 따라 추첨통 버튼을 눌렀고, 나온 구슬의 색깔은 하얀색, 도로공사의 구슬이었다. 지난 시즌 5위로 전체 100개의 구슬 중 20개를 넣어 페퍼저축은행(35개), GS칼텍스(30개)보다 적은 확률이었지만, 행운의 여신은 도로공사를 선택했다. 지난 2년 연속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미들 블로커 김세빈, 세터 김다은을 뽑았던 도로공사는 3년 연속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무대에 오른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의 선택은 당연히 이지윤이었다. 이지윤은 188cm의 좋은 신장에 다양한 공격을 구사할 줄 알고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끝난 U-21 세계여자선수권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드래프트 행사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종민 감독은 “저 역시 깜짝 놀랐다. 3년 연속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외국인 선수나 아시아쿼터 구슬 운은 그닥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운이 이렇게 좋다”라면서 “1순위는 기대를 안 하고, 2,3순위 나오면 누굴 뽑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얀색 구슬이 딱 올라와서...‘땡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2년 전 1순위였던 김세빈과 이번 1순위 이지윤을 고교 졸업 당시 기량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김종민 감독은 “둘의 장단점이 다르다. 세빈이는 점프력과 높이가 돋보이는 반면 지윤이는 공격의 다양성이나 파워에서 좋은 모습을 봤다. 블로킹은 좀 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도로공사는 베테랑 배유나와 3년차 김세빈의 부동의 주전을 차지하고 있다. 이지윤의 쓰임새에 대해 묻자 김종민 감독은 “유나, 세빈이가 36경기를 풀로 주전으로 뛰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윤이는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자신의 이름은 딴 드래프트로 만들었고, 기대대로 전체 1순위의 영광을 거머쥔 이지윤은 “기분 좋아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어요. 좋게 봐주셔서.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를 가게 되어 영광이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롤 모델은 배유나 언니, 김세빈 언니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벌써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두 살 위인 김세빈은 U-18 대표팀부터 4년 동안 본 사이라고. 이지윤은 “4년 동안 보면서 많이 배웠는데, 이제 같은 팀에서 뛰게 되어 더욱 좋아요. 이번 U-21 대표팀에서도 세빈 언니나 다음 언니에게 도로공사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이지윤의 목표는 전체 1순위가 으레 그렇듯, 영플레이상 수상이다. 이지윤은 “제 장점은 높이고, 외발 공격도 가능하다. 프로에 가서 열심히 하고 싶다”면서 “영플레이상도 받을 수 있다면 꼭 받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에서 태어나 이제까지 자란 이지윤에게 경북 김천행은 낯설지 않을까. 짓궂은 질문을 물어보자 “저 원래 본가가 경남 밀양이라서 괜찮을 것 같아요”라며 씩 웃었다



도로공사에 이어 페퍼저축은행(2순위)∼IBK기업은행(3순위)∼GS칼텍스(4순위)∼현대건설(5순위)∼흥국생명(6순위)∼정관장(7순위) 순으로 결정됐다.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은 페퍼저축은행은 김서영(세화여고)을 호명했고, 3순위IBK기업은행은 하예지(선명여고)를 찍었다. 이어 GS칼텍스는 1라운드 4순위로 세터 최윤영(일신여상), 현대건설은 5순위로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채영(한봄고), 트레이드로 흥국생명 1라운드 지명권을 대신 행사한 페퍼저축은행은 6순위로 리베로 정솔민(근영여고), 마지막으로 정관장은 아웃사이드 히터 박여름(중앙여고)을 불렀다.
58명이 참가 신청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21명이 지명돼 지명률 36.2%에 그쳤다. 이는 2020~2021시즌(33.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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