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행정 수반대행과 회의 무의미”
中기자회견서 젤렌스키 비꼬기도
“영토 대가 우크라 안전보장 말 안 해”
우크라 “개최 가능한 곳 최소 7곳”
스위스 등 후보국 언급하며 즉각 반발
러, 방중 기간도 우크라 공습 지속
젤렌스키 “명백히 과시적인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종전 회담 개최지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제안했다. ‘범 아가리’로 들어오라는 격인 제안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협상 마감 시한까지 정하며 협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진척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방문한 중국 베이징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는 회담할 준비가 됐다면 모스크바로 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의 최고 지도자로 대우하지 않는 발언도 했다. “단순히 행정부 수반 대행(젤렌스키 대통령)과 조심스럽게 회의를 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 것이다. ‘행정부 수반 대행’은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임기 만료 이후에도 대통령직 수행을 이어가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꼬는 말이다.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 할양, 종전 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 정통성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영토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면서 “국민투표를 하려면 계엄령이 해제돼야 하고, 계엄령이 해제되면 즉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영토를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기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절대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제시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안전보장 문제를 두고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스스로 안전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한 안전보장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했다. ‘모스크바 회담’에 대해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푸틴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한다”며 “현재 최소 7개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지도자 간 회담을 개최해 전쟁을 종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었다. 그는 정상회담 개최 후보국은 “오스트리아, 교황청, 스위스, 튀르키예 그리고 걸프 3개국”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제든지 이곳에서 회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침공 이후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적발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정상회담 개최가 전쟁을 끝내려는 시도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펼쳤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방중 기간 중 러시아의 공습으로 주로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 지역의 주거용 주택과 민간 기반 시설이 피해를 보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간밤의 러시아 공습을 “명백히 과시적인 공격”이라면서 “전 세계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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