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김영화/ 학이사/ 1만5000원
“시골 생활은 돈 들 게 없잖아요. 고기만 사 먹으면 된다면서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 도시인들이 흔히 하는 오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 시골의 삶은 도시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옷도 사 입어야 하고, 각종 세금도 내야 한다. 심지어 밭에서 나는 채소도, 논에서 나는 쌀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다. 씨앗부터 농약, 농기계, 연료, 인건비까지, 농사는 많은 돈과 손이 드는 일이다.

충북 영동에서 감과 호두, 쌀농사를 지으며 사는 저자는 ‘보이는 시골’이 아닌 ‘살아내는 시골’을 정겹게 그리고 있다. 감나무 가지치기를 하다 나뭇가지에 콧구멍이 찔려 응급실을 가고, 농약 살포기가 고장이 나 급한 마음에 바가지로 뿌리다 해충약을 뒤집어쓰고, 밤중에 감을 수확하다 도둑으로 오해도 받는다. 애써 지은 농작물을 멧돼지가 다 파헤치고, 닭장에 침입한 매가 무서워 119를 부르는 황당한 일상을 엿보며 웃다가도 짠한 감정이 생긴다. 농협과 면사무소, 농업기술센터를 드나들며 손에 익혀가는 농사의 기술, 예초기가 무서워 헬멧 쓰고 작업하는 저자를 ‘흰색 하이바’라고 사랑으로 놀리는 마을 어르신과의 정담 등 농사꾼의 고군분투 영농생활을 재미있게 다뤘다. “땅의 언어를 글로 옮기는 일이 즐겁고 유쾌하다”는 저자가 한때 살아봤거나 언젠가는 살아보고 싶은 독자에게 들려주는 정겨운 고향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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