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이번 여름엔 도쿄의 엄청난 더위 속에서 며칠을 지내게 됐다. 도쿄는 흔히 열섬현상이라고 부르는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아주 높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하루 종일 숨 막히게 뜨거운 바람마저 분다. 시월쯤은 되어야 선선해진다고 하는데 더워도 너무 덥다.
와중에 2009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IWP(International Writing Program)에서 만난 소설가 나카지마 교코의 초대로 진보초의 한 프랑스식 카페에서 열린 일요일 저녁의 와인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
먹을 음식과 와인을 각자가 조금씩 준비해 오는 이 파티는 작가들, 번역가들, 편집자들의 부정기적인 모임이라고 한다.
한·일 문학 교류의 초기 멤버로 남미, 유럽, 중국 등지에서 생활하면서 글을 썼던 소설가 지노 유키코, 원전 문제에 관심이 많고 만화, 패션 등 국제적인 시각예술 활동과 소설 쓰기를 함께 하는 고바야시 에리카, 한국에서 ‘읽기로서의 번역’이 출간되기도 한 영어 번역가 고노스 유키코, 영국인으로 쓰쿠바시에 살면서 나카지마 교코와 무라타 사야카 등의 일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지니 다케모리, 진보초에서 한국서점 ‘책거리’를 운영하면서 최근에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출간한 김승복 대표도 함께했다.
쓰기와 읽기 그리고 번역하기, 그리고 책 출판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했고, 무엇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K-POP부터 한국영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국문학에 많은 관심을 표해 주었고 번역에서부터 챗GPT까지 공통의 화제도 많았다.
본인이 하는 일을 즐기는 가운데 그 속에서 접하게 되는 상대방 문화의 핵심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이런 날은 한잔쯤 마셔도 좋지 않을까 마음이 조금 흔들렸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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