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10조원이 넘는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해 ‘국세 체납관리단’을 출범한다. 기간제 근로자 2000명을 채용해 133만명(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모든 체납자를 1회 이상 방문, 경제 상황을 확인하고 유형별로 분류해 체납액 징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맞춤형 징수 체계 구축을 위해 내년 3월부터 체납관리단을 본격 운영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 체납액은 2021년 99조9000억원에서 2022년 102조5000억원을 기록한 뒤 2023년과 2024년 각각 106조1000억원, 110조7000억원으로 집계돼 증가 추세다. 경기부진, 국세청 조직·인력 제약 등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체납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체납관리단은 체납자에게 전화로 사전 안내 후 주소지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생활실태와 납부능력을 상세히 확인한다. 이후 체납자의 경제적 여건과 생활실태를 참고해 △생계형 체납자 △일시적 납부 곤란자 △고의적 납부 기피자로 분류하고 유형에 따라 조치한다.
우선 재산·소득이 없어 체납액 납부가 힘든 생계형 체납자는 지방자치단체 복지부서에 연결시켜 줘 사회 복귀를 지원한다. 국세청은 지난 3일부터 체납자 실태확인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로 두 눈을 실명한 뒤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인 A씨를 관할 지자체에 긴급복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체납관리단이 체납액 징수 외에 취약계층에 재기의 기회를 주는 ‘순기능’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일시적 납부곤란자에 대해서는 강제징수·행정제재 조치를 보류하거나 분납 등 납부를 유도한다.
반면 납부를 고의로 회피하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세무서·지방청에 설치된 체납추적팀을 통해 철저하게 재산·소득을 분석한 뒤 가택수색, 압류·공매, 사해행위 소송, 고발, 추적조사 등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고의적 납부 기피 사례를 보면, B씨의 경우 주식 명의신탁으로 증여세를 체납했는데, 가택수색과 추적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의 간이창고에 가짜 주소를 두고, 사실혼 관계자의 오피스텔에 생활하는 것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추적을 통해 B씨가 본인 소유 고가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했고, 롤스로이스 등 고급자동차 5대를 소유한 것도 밝혀냈다. 국세청은 아울러 B씨의 실 거주지를 수색해 현금 및 고가의 귀금속 수억원을 압류했고, 수색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에 전처와 동거인 명의로 수십억원의 허위 저당권을 설정한 사실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에 전처와 동거인 명의의 허위 저당권 설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B씨의 고가 아파트를 공매처분하는 등 끝까지 체납액을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직후 ‘체납관리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체납관리단 운영을 위한 법령개정·예산확보·조직신설 등에 나서고 있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고액·상습체납자를 엄단해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징수 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세금납부가 불가능한 생계형 체납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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