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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다 이긴 듯한 푸틴 “젤렌스키, 백기 들고 모스크바 오라”

입력 : 2025-09-04 07:20:59 수정 : 2025-09-04 07:20:58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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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로 우크라 전쟁 끝낼 준비 돼 있어” 위협
‘시간은 러시아 편’ 여유… 또 대대적 공습 단행
우크라, “모스크바에서 협상? 용납 못 해” 일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무력으로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다. “그것(무력 사용)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으나, 사실상 우크라이라의 백기 투항을 종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박4일의 중국 방문 일정 마지막 순서로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 로이터 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중국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취재진과 만나 문답을 나눴다. 지난 8월31일 중국을 방문한 푸틴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날은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함께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했다.

 

푸틴은 “키이우 정부 내에 상식이 우세하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고, 나는 이 옵션을 선호한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 즉각적인 휴전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어가 널리 쓰이고 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사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할양 등을 휴전 성립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지난 8월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전쟁을 끝낼) 해법을 찾는 진심 어린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며 “터널 끝에 빛이 있듯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지속 능력 격차를 감안할 때 ‘시간은 전적으로 러시아 편’이라는 여유가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이날 500대 이상의 드론(무인기)과 24발의 순항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공격하는 등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과시했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대규모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가 권유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양자 평화 회담 개최와 관련해 푸틴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협상 장소로 지목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모스크바에 오면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다만 사전에 준비를 잘해야 가시적 성과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중인 상대방 국가의 원수에게 적국의 수도로 오라는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한 셈이나 다름없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모스크바를 평화 협상 장소로 추천한 푸틴의 제안을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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