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4.5일제 도입,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은행원들의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94.98% 압도적 찬성…“현장 불만 누적”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6일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2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시중은행,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노조 소속 기관의 업무가 차질을 빚게 된다. 다만 노사가 교섭 중이어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파업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노조는 △임금 5% 인상 △주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5년간 765개 점포가 폐쇄되고 7000명이 넘는 인력이 줄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됐다”며 “주4.5일제는 단순히 금융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복되는 파업 예고…“국민 정서와 괴리?”
문제는 사회적 시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1억1490만원. 이들이 ‘근무시간 단축’을 이유로 파업에 나서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금융노조는 지난해에도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노사가 일부 조건에 합의해 막판 철회한 바 있다.
이런 전례 탓에 “매년 반복되는 파업 예고는 협상용 카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융 서비스 중단은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금융산업은 공공성이 큰 만큼 사회적 책임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파급력 vs 국민 공감대”…전문가 진단은?
전문가들은 이번 요구를 단순한 임금·근로시간 문제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전문가는 “주5일제를 최초로 도입한 것도 금융권이었다”며 “이번 주4.5일제 요구 역시 산업 전반의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연봉 직군이라는 점에서 국민 공감을 얻으려면 설득력 있는 논리와 사회 기여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찬성률 95%에 달한 건 단지 주4.5일제 때문이 아닌 구조조정·인력감축 등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며 “파업을 예고하다 철회하는 방식은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 논의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 총파업이라는 방식을 택하는 건 사회적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제도의 도입 여부는 결국 국민 공감대와 정책적 정당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의 총파업 예고는 ‘노동권 보장’, ‘공공성 유지’라는 2가지 가치가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이다.
주4.5일제 논의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에 파급될 수 있는 의제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안은 노사 협상 결과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개선을 어떤 방식으로 합의해 나갈 것인지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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